다음이 기다려지는 소설

헝거 게임 ㅣ 헝거 게임 시리즈 1
수잔 콜린스 지음, 이원열 옮김 / 북폴리오 / 2009년 10월

선발된 10대들의 목숨을 건 싸움.
'너'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최후의 1인이 남을 때까지의 끔찍한 전쟁.
 
대략의 책소개를 보고는 <배틀로얄>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꽤 오래전에 재미있다는 소문을 듣고 만화로 접했었는데 별로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진 않았다. 줄거리에 대한 지식 전혀 없이 접한 이 만화는 '충격' 그 자체였다. 나라에서 10대 소년, 소녀들을 모아놓고 최후의 한 사람이 남을 때까지 서로 죽고 죽이는 상황을 펼치는 설정이 충격적이어서 한 번 놀라고, 만화의 표현수위가 몹시 잔인하고 선정적이어서 두 번 놀랐었다. 결국 그 만화는 몇 권 읽다가 포기하고 말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배틀로얄>은 소설이 원작이고 만화는 자극적인 부분만을 강조한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소설은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소설은 이미 절판 상태였다. 고서점을 뒤지거나 도서관에서 빌려 읽을만큼 절실히 읽고 싶은것도 아니어서 그냥 잊고 지냈다. 이 책 <헝거게임>을 만나기 전까지는.
 
<헝거게임>의 소재는 <배틀로얄>과 유사하다. 폐허가 된 북미 대륙에 '판엠'이라는 독재국가가 생긴다. 판엠은 수도 '캐피톨'을 중심으로 그 외의 12개 구역으로 이루어져 있다. 원래는 13개 구역이었으나 13번 구역이 캐피톨에 대항해 반란을 일으켰다가 제압당하고 사라져서 현재는 12개 구역만 남아있다. 캐피톨을 제외한 12개 구역에서 10대 남녀 한명씩을 추첨으로 뽑은 후 한 장소에 모아놓고 마지막 한 명이 남을 때까지 싸우게 만든다.
 
그 과정을 판엠의 모든 도시에 TV 생중계를 하고 모든 사람이 의무적으로 시청하게 한다. 그것은 12개 구역의 사람들에게 자신들이 얼마나 무기력한지, 또다시 반란을 일으키면 살아남을 수 없음을 상기시키기 위한 캐피톨의 잔혹한 방식이다. 캐피톨을 제외한 지역의 아이들을 모아서 생존게임을 벌이게 해놓고 그것을 마치 스포츠처럼 즐기는 모습은 생각할수록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소름이 끼쳤다. 일상처럼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버려 잔혹한 일이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게되는 그 상황이 끔찍한 공포로 느껴진다.
 
가난한 집의 아이가 추첨에서 뽑힐 확률이 높은 불공평한 추첨이지만 거기서 선택되면 피할 수 없는 전쟁을 치뤄야한다.
12번 구역의 캣니스. 사고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마저 무기력해지자 캣니스는 어린 동생과 어머니를 돌보는 가장이 되어 절친한 친구인 게일과 불법이지만 사냥을 하면서 가족들을 보살핀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동생 프림이 추첨에서 뽑히자 캣니스는 대신 자원을 하고 12번 구역에서 추첨에 뽑힌 또 한명, 피타와 함께 무시무시한 전쟁이 벌어질 캐피톨로 향한다. 캣니스와 피타는 24명의 아이들 중에 최후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책은 두툼하지만 숨쉴 틈없이 읽어내려가게 된다. 아이들이 서로를 죽여야 하는 설정이 너무 가혹한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이 소설은 내가 읽다가 포기했던 만화 <배틀로얄>처럼 잔혹함에 초점을 두지는 않아서 큰 거부감은 없었다. 오히려 책장을 넘기다가 울컥해지는 부분이 있을 정도로 애절한 느낌이 강해서 읽다가 포기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책의 후반부에는 캣니스 가족이나 게일의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등장하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전혀 언급되지 않아 아쉬웠다. 3부작의 첫번째였으니 그럴수도 있겠거니 싶지만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2권이 출간될때까지 어떻게 기다리나 하고 조급한 마음이 든다. 2010년 초에 2권이 발간된다고 하니 그저 손꼽아 기다릴수 밖에... 아마 2권을 읽고나면 그 다음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