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 치타가 달려간다 - 2009 제3회 블루픽션상 수상작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40
박선희 지음 / 비룡소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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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슴 벅차게 달려본게 언제였더라...
 
<파랑 치타가 달려간다>를 읽으며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아마 고등학교 체육시간 이후로는 숨이 턱까지 차게 달려 본 적이 없는것 같다. 워낙 운동에 취미가 없기도 하거니와 가끔 운동을 하더라도 달리는건 질색이라 걷거나 자전거나 보드 등 레포츠를 즐길뿐이라 달리기만을 한 적은 없다. 단순하게 두 다리를 움직여 달리는것이 어떤 이에겐 거부할 수 없이 매력적인 일이라던데 나에겐 지루하고 힘든 노동으로만 느껴질 뿐이다.
 
하지만 가끔은 숨이 턱까지 차게 달리고 난 뒤의 후련함이 그리워질 때도 있다. 내 두발로 직접 달리진 않았지만 이 책을 읽고나니 가슴이 뻐근해지게 한바탕 달리고 난 기분이다. 파랑 치타에 강호와 도윤이와 함께 올라타고 어두운 밤거리를 질주한듯한 기분이 들어 어쩐지 마음이 조금은 후련해진다. 실제로는 겁이나서 절대로 해보지 못 할 일이지만...
 
거리에서 무법자처럼 질주하는 폭주족 아이들을 볼 때면 저런 위험한 행동을 왜 할까 하는 생각을 가장 먼저 했었다. 한걸음만 다가가 따뜻한 말을 건네면 어쩌면 자신들의 상처입은 속내를 드러낼지도 모르는데 그 한걸음 다가가기가 어렵기만 하다. 흔히 말하는 불량 청소년일수록 마음이 여리고 이야기를 나눠보면 누구보다 많은 상처를 받았단걸 알고는 있지만 막상 거리에서 마주치면 움찔하며 피하게 되고만다.
 
이 책 속에도 그런 아이들이 등장한다. 아버지의 폭력과 새어머니의 등장으로 가출해서 주요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숙식을 해결하는 강호, 새어머니에게 기계적인 친절함으로 대하며 하루하루를 견뎌가고 있는 강이,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와 엄마의 감시에 조금씩 힘들어하는 도윤, 학교를 중퇴하고 강호와 같은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자신의 앞날에 대해 고민하는 건우, 학교의 부당한 처사에 굳건하게 마주서는 이경....
 
아이들은 각자 다른 상처를 안고 눈부셔야할 10대의 시절을 견뎌내고 있다. 항상 오빠를 믿어주는 동생 강이를 위해 3류 인간은 되지 말자고 스스로를 다잡는 강호의 의젓함은 강호보다 두 배쯤은 많은 나이를 먹은 내게도 가르쳐주는 바가 많았다. 한없이 엇나가기만 하는게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주위의 상황과 조금씩 조율해가는 아이들의 모습은 어설픈 어른들보다 훨씬 더 의젓하고 듬직해 보였다.
 
이제 나에게 강호와 도윤이와 같은 10대 시절은 돌아오지 않을테지만 언젠가는 내 아이나 조카들이 지나가야할 시절이다. 그래서인지 책 속에서 강호와 도윤이의 학교 선배인 이경이의 부모님이 인상깊게 남았다. 아이의 선택을 받아들이고 지지해주는 그런 멋진 부모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용기가 필요할 지도 모르겠지만 아이의 뒤에서 조용한 응원과 지지를 보내는, 한없이 아이를 믿어주는 그런 부모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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