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나에게 쉼표 - 정영 여행산문
정영 지음 / 달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바쁜 일상에 쫓겨 하루하루 지내다보면 하늘을 올려다 본 날이 언제였나 싶어진다. 아무리 바빠도 잠시 걸음을 멈추고 고개들어 하늘 올려다 볼 시간이 없는건 아닐텐데 하늘을 올려다보려 잠시 걸음을 멈출 마음의 여유가 없나보다.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이라도 하며 마음에게 휴식을 주고싶지만 그마저도 여의치가 않다. 무언가에 쫓기듯 바삐 지내지만 마음은 공허하기만 한 나에게는 정말 '쉼표' 하나가 절실했다.

 

<때로는 나에게 쉼표>라는 제목이 마치 나에게 건내는 말인것 같았다. '요즘 마음이 분주하구나... 가끔은 마음에 쉼표를 찍어봐...' 내게 그렇게 속삭이는듯 해서 이 책을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끌리듯 집어든 이 책, 눈이 시리게 파란 표지의 이 책은 정말로 내게 쉼표같은 시간을 주었다. 한 줄 한 줄 읽다보니 괜시리 마음이 울컥해진다. 슬픈 이야기도 아닌데...

 

이 책에는 특별한 경계가 없다. 한국의 시골마을에서부터 중국의 소수민족들이 사는 곳, 유럽의 어느 나라까지 저자의 발걸음이 닿았던 곳곳의 이야기들이 순서도 상관없이 펼쳐져 있다. 국내와 국외를 나누지도 않고 아시아와 유럽을 나누지도 않는다. 그저 생각나는대로 툭툭 내뱉듯, 마치 친구곁에 가만히 누워 도란도란 속삭이는 수다처럼... 친구와의 수다처럼 마음을 흔들고 어깨를 토닥여주는 듯했다.

 

'여행산문'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이 책은 여행의 팁을 알려주는 여행서가 아니다. 어느 나라의 명소나 유적, 문화나 역사들을 만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서는 안된다. 이 책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은 사람들이 읽어야 할 책이다. 저자가 만났던 세계 곳곳의 아름다운 사람들. 내겐 모두가 선생이라고 말하는 오렌지 파는 여자, 한솥밥을 나누는 라오스의 사람들, 머리핀을 쥐어주던 중국의 소녀, 바람을 보는 덴마크 뢰뫼섬 사람들, 아버지의 뜻을 이어 한 쌍의 의자를 만드는 프라하의 목수.

 

세계 곳곳의 사람들을 만나다보니 어쩐지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슬퍼할 때 세상의 어디에선가 슬퍼하고 있는 누군가가 있고, 내가 웃을 때도 어딘가에서 행복한 웃음을 짓는 사람이 있다는걸 왜 잊고 있었던걸까. 마치 세상에 혼자서만 슬프고 혼자서만 힘든것처럼 살고 있지는 않았나 반성해본다. 어떤 상황에서도 웃음을 짓는 소박한 사람들을 나는 잊고 살았었다.

 

바쁜 틈이 이 책을 만나는 시간 동안에는 모든것을 잊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어서 내게는 정말 소중했던 시간이었다. 혼자라고 느낄 때나 바쁜 일상에 치여 마음에 여유가 없을 때면 이 책 속에서 만난 사람들을 떠올리며 마음에 쉼표 하나 찍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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