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목마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김소연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나는 제법 나이먹은 지금도 회전목마 타기를 좋아한다. 자주 가지는 못하지만 놀이공원에 갈때면 회전목마는 한번 타고야 만다. 요즘 놀이공원에서 회전목마를 탈때면 조금은 부끄러워지기도 하지만 때로는 조카를 핑계로, 때로는 남자친구에게 강압을 동원해서 회전목마에 몸을 싣고 빙글빙글 돌며 깔깔거리는게 좋기만 하다. 스릴넘치지도 않고 단순하기 그지없는 그 회전목마지만 내게는 어린시절을 떠올리고 잃었던 동심을 잠시나마 되찾는거 같아서...

 

오기와라 히로시의 <회전목마>. 책을 읽기 전에는 내가 회전목마를 좋아하는 이유와 무언가 닮은 이유로 제목이 된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그와는 전혀 다른 맥락으로 책의 제목에 사용되었다. 주인공이 놀이공원 재건을 위해서 구입하는 중고 놀이기구가 회전목마였다. 그의 회전목마는 동심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의 특명을 위해 끝까지 불빛을 반짝이며 놀이공원을 누빌 수 있을까.

 

평소 유쾌한 글을 쓰는 그답게 이 책도 '코믹 장편소설'이라는 타이틀을 내걸었다. 하지만 나는 그다지 유쾌하지도 코믹함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씁쓸했던 부분들이 훨씬 많았다. 나의 웃음 코드가 이상한건지 출판사의 광고가 과대광고였는지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그의 다른 책을 읽으면서 몇 번씩은 킥킥 거렸던걸 생각하면...

 

도쿄의 잘나가던 회사를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와 공무원 생활을 하고 있는 토노 게이치. 큰일이 벌어지지 않는한 평생이 보장되는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9년동안 그는 지극히 조용하고 평안한 나날들을 보내왔다. 그러던차에 그는 적자 투성이인 놀이공원 '아테네 마을' 리뉴얼을 맡은 부서로 발령을 받는다. 열심히 해보겠다고 결심하지만 주위 사람들의 반응은 영 시원찮다.

 

놀이공원의 적자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자신들의 자리보전에만 신경쓰는 높은 사람들과 그저 시간 때우기 식으로 일을 하고 있는 몇몇 동료들. 그 틈에서 토노는 마음맞는 직원들과 동분서주 아테네 마을 재건에 발벗고 나선다. 기존의 고리타분한 축제를 다른 방향으로 기획하고 중고 놀이기구들을 구입해 전망좋은 회전목마도 만들어 다른 해보다 많은 수입을 올린다. 하지만 그에게는 또 다른 복병이 나타나게 된다.

 

요즘엔 공무원 고시라고 할만큼 공무원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공무원들에 대한 인식도 그만큼 좋아졌을까. 내 생각엔 전혀 그렇지 않다. 내 가까운 사람들 중에서도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중에는 자신이 공무원인걸 밝히길 싫어하는사람도 있다. 우리사회에서 '공무원'하면 느껴지는 선입견이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그다지 다르지 않은가보다. 능동적이 못하고 책임을 떠넘기고, 탁상공론을 벌이고, 행정편의 주의에 치우쳐 새로운 시도보다는 기존의 구태의연함에 안주하려 한다는 그런 부정적인 선입견들. 이 책에서도 그런 것들을 느낄 수 있는걸 보면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공무원에 대한 평가는 비슷한가보다.

 

어쩌면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많은 공무원들이 억울해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런 평가를 받는데는 얼마간의 책임이 본인들에게 있는게 아닐까. 내가 현실에서 맞닥뜨린 공무원, 아니 나라일을 한다고 나서는 많은 이들이 이 책의 결말처럼 나를 씁쓸하게 만들지는 말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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