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낭소리
인디스토리 엮음 / 링거스그룹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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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직도 귓가에 워낭이 짤랑 거리는 소리, 풀들이 스치는 소리, 소 여물 써는 소리... 온갖 소리들이 들리는 듯 하다. 특별할것도 없는 아무렇지도 않은 소박한 독립영화 <워낭소리>를 본지도 한참이 지났는데 그 울림은 내 마음 속에서 여전하다. 관객 1만만 들어도 성공이라고 한다는 독립영화가 여느 상업 영화도 쉽게 이룰수 없는 300만이라는 관객을 모은 데에는 그만큼 공감을 이끌어내는 힘이 있기 때문일거다.
 
15년이 평균 수명이라는 소가 할아버지와 농사를 지으면서 40년을 살았다. 사실 평균 수명이 15년이라고는 하지만 그 수명을 다 사는 소가 얼마나 될까. 한 덩어리의 고기로 바뀌는게 대다수 소들의 운명인걸 생각하면 힘든 농사를 거들면서 살았지만 40년의 세월을 산 소는 행복하다고 하겠다. 사실 영화에서 처음 소의 모습을 봤을 때 나는 안쓰러움에 눈물이 났다. 너무 늙어 눈은 감기다시피 뜨고는 밭을 갈고 수레를 끌고 비틀비틀 걷는 소의 모습은 안쓰럽기만 했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할아버지, 할머니의 소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고 묵묵히 수레를 끄는 소의 마음도 조금은 알것 같았다. 소는 할아버지를 믿고 의지하고 사랑하지 않았을까. 성치 않은 다리로 소에게 먹일 꼴을 베러 하루에도 몇 번씩 다녀오시고 늙은 소가 땔감을 싣고 오는 길에 힘겨워 하자 땔감을 지게에 나누어 지고 소와 나란히 걷기도 하시는 할아버지의 애틋한 마음이 40년 동안 소에게 온전히 전해졌을것 같다.
 
남들은 기계를 써서 짓는 농사를 할아버지는 소와 함께 일하시고 농약을 뿌리면 풀들을 소에게 먹일 수 없기에 농약도 전혀 사용하지 않으신다. 그 곁에는 소만 위하고 할머니는 위하지 않는다며 푸념하시지만 할아버지가 없으면 못산다고 하시는 할머니가 계신다. 소가 마지막 숨을 쉬는 날 좋은 곳으로 가라며 눈물짓는 두 분의 모습에 함께 울고 말았다. 할아버지, 할머니 겨우내 따뜻하게 지내시라고 땔감도 저리 많이 해놓은 기특한 소라는 할머니 말씀에, 마당 한가득 쌓인 땔감들을 보며 또 울고 말았다.
 
영화에서의 울림을 간직하고 본 책 <워낭소리>도 마음에 깊이 남았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영화 '워낭소리'에 대한 에세이, 이충렬 감독이 들려주는 영화 뒷이야기들, 영화에 참여했던 감독, 프로듀서, 음악감독, 관객의 이야기. 그 중에서 제일 좋았던 부분은 아무래도 감독이 들려주는 영화 이야기 부분이었다. 영화를 준비하던 힘들었던 시간부터 영화 장면 장면에 얽힌 뒷이야기, 그리고 감독의 솔직한 마음을 엿볼수 있어 인상 깊었다. 사실은 제작비 때문에 오랜시간 소가 죽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했다는 솔직한 고백은 씁쓸하지만 이해할 수도 있었다.
 
영화를 보면서도, 책을 읽으면서도 나는 눈물을 흘렸다. 무엇이 나를 그렇게 울게 만들었는지 분명하게 글로 표현할수는 없지만 오랜 세월을 함께한 늙은 소와 할아버지의 답답하리만치 우직함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준 그 닮은 모습이 나를 그토록 울게 만들지 않았을까. 영화에서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들을 책을 통해서 만나는 귀하고 감사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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