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들은 다 일가친척이다 - 함민복 에세이
함민복 지음 / 현대문학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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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글을 쓴다는건 참으로 어렵고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내가 뭐 대단히 거창한 글을 쓰는것도 아니고 가끔 쓰는 서평이나 간단히 적는 일기를 쓰는것 뿐인데도 어렵기가 그지없다. 머릿속에서 맴맴도는 말들, 가슴속에서 꿈틀거리는 감정들은 많건만 그것을 글로 표현한다는게 왜 그리도 어려운건지. 내가 생각하고 느낀 감정들을 그대로 옮겨 적으면 된다고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다. 그래서 솔직 담백한 꾸밈없는 글을 만나면 무척이나 반갑고 글쓴이가 존경스럽기만 하다.
 
<길들은 다 일가친척이다>도 그런 솔직 담백한 꾸밈없는 글이다. 함민복 시인의 산문집으로 거창한 이야기 보다는 대부분 사소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들이지만 그래서 더 가깝게 느껴지는 글들이었다. 미혼의 시인이 후배 주례를 서주었던 일, 마당에 피어 난 봉선화를 보며 떠오르는 생각들, 아픈 어머니 곁에서 같이 있는 시간만큼은 행복해 했던 일, 살가운 친구가 만들어 준 오이냉국 이야기, 강화도 보문사 눈썹바위 마애불 이야기, 도시에선 성능 테스트조차 할 수 없었던 망원경 이야기, 성형수술에 관한 엉뚱한 상상....
 
일상의 이야기들을 가감없이 써 내려간 산문들이 시인의 마음처럼 곱고 맑게 느껴진다. 담백한 글이지만 시인의 글답게 마음에 찡하고 와닿는 시어같은 문장들도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 이런 글을 쓰려면 맑은 마음을 지녀야할것만 같아서 내가 일상의 이야기를 쓰는데도 버거워하는건 내 마음이 맑지 않고 뿌옇게 흐려져 있기 때문이 아닌가 괜한 생각도 해본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시인이 강화에 살고 있다는 말 때문인지 얼마전에 다녀왔던 강화도 생각이 많이 났다. 시인이 살고 있는 곳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갔던 강화도는 고즈넉함이 사라진 섬처럼 느껴졌다. 바다 가까이 마구잡이로 지어진 펜션들, 음식점들, 여전히 많은 곳이 공사중이었고 분양한다는 현수막이 여기저기 걸려 있어 번잡해 보였다. 물론 나도 강화도의 번잡함에 일조를 한 관광객 중의 한사람일테지만....
 
내가 만난 조용함을 잃어가는 강화도의 모습이 사라져가는 뻘밭을 걱정하고 훼손당하는 자연을 염려하는 함민복 시인의 마음에 겹쳐져 보였다. 부디 10년 후에도, 20년 후에도 아름다운 갯벌을, 바다를, 산을, 마을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래본다. 그리고 아름다운 갯벌만큼이나 아름다운 시인의 글도 오래도록 만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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