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할머니와 산다 - 제3회 세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최민경 지음 / 현문미디어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주인공 은재처럼 나도 할머니와 살았다. 할아버지는 엄마가 시집오기도 전에 일찍 돌아가셔서 나는 뵌적도 없지만 할머니와는 할머니가 돌아가실때까지 27년을 함께 살았었다. 할머니와 나는 유난히 친구처럼 지내서 집에 놀러온 친구들이 보고 깜짝 놀라기도 했었다. 그런 친구들 때문에 내가 할머니와 각별하구나 하고 깨달았지 그전에는 할머니와 손녀는 다 그렇게 가깝고 허물없는 사이인줄 알았었다. 

 

할머니와 짝맞추기를 하면서 화투를 익힌 내가 커서 할머니에게 화투의 꽃, 고스톱을 가르쳐 드려 방학이면 할머니와 10원짜리 내기 고스톱을 치기도 했다. 노인정에서 화투 칠 때 쓰시라고 동전을 모아서 드리면 좋아하시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자다가 무서운 꿈을 꾸면 할머니방으로 가서 이불 속을 파고 들기도 했고 할머니와 단 둘이서 여행을 다니기도 했다. 내가 스무 살이 훌쩍 넘었어도 꼬박꼬박 어린이날 선물을 챙겨주던 우리 할머니.

 

그래서인지 '할머니'에 대한 마음이 유달리 애틋하다. 길을 가다가도 할아버지가 힘든 일을 하시는 모습보다는 할머니가 힘든 일을 하시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더 짠해지고, 물건을 살 때도 이왕이면 할머니께서 파시는 물건을 사곤한다. 지금도 마음이 울적하거나 힘든 일이 생기면, 혹은 축하받고 싶은 일이 생기면 할머니 산소에 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고 돌아오기도 한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는 꿈에라도 할머니가 자주 찾아왔으면 하는 마음이고 할머니가 어딘가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을거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말 할머니의 혼령이 나를 찾아온다면 어떨까. 다른 귀신을 만난것처럼 무섭지는 않을테고 반갑지 않을까.

 

열 여섯 살 은재는 어릴적에 입양된 아이다. 학교에서 은재를 향해 '가짜엄마'라며 수근거리는 아이들도 있지만 은재는 신경쓰지 않고 씩씩하게 생활한다. 그런 은재에게 한 달전 치매에 걸려 공사장의 물웅덩이에 빠져 돌아가신 할머니의 혼령이 찾아온다. 할머니의 혼령이 은재에게 빙의 되어서 생각지도 않은 말을 툭툭 내뱉기도 하고 그 말이 그대로 들어맞아 놀라기도 하고, 할머니가 좋아하던 반찬을 은재가 좋아하게 되는 엉뚱한 일들이 벌어진다.

 

은재는 처음엔 당황하지만 할머니에게 무슨 사연이 있는게 아닌가 생각하고 할머니가 찾고 있는 어떤 사람을 찾아 나선다. 그 사람을 찾는 과정에서 은재는 외면하고 있었던 자신의 마음 속 상처를 조금씩 치유하게 되고 자신 뿐만 아니라 누구나 마음 속에 조그맣던 크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는걸 깨닫게 된다. 어긋나던 가족들과도 이해하는 마음을 갖게된다.

 

세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이 작품은 즐거움과 감동을 한꺼번에 전해준다. 입양아의 이야기라고 하면 얼핏 우울하지 않을까 싶지만 열 여섯 살 은재의 마음이 발랄하고 유쾌하게 펼쳐진다. 책을 읽다가 혼자서 킥킥대기도 하고 마음 찡해지기도 하면서 은재의 마음에 동화되고 말았다. 아직도 내 마음은 덜 자랐는지 이런 성장소설, 청소년 소설들이 마음에 와 닿는다. 많이 읽고 내 마음도 책 속의 주인공들처럼 부쩍 부쩍 자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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