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본능 - 법의곤충학자가 들려주는 살인자 추적기
마크 베네케 지음, 김희상 옮김 / 알마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살인을 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어떤 상태일까 하는 궁금증이 이 책에 관심을 갖게했다. 법의곤충학자인 마르크 베네케가 저자인만큼 살인자들에 대해 보통의 수사관들과는 다른 특별한 진단을 내리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와 살인자들의 내면에는 어떤 어두운 면이 자리잡고 있기에 살인에까지 이르렀을지 알고 싶은 마음에 두꺼운 책을 집어들었다.

 

새로운 수사기법을 받아들이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나 목격자들의 증언이라는게 얼마만큼 신뢰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의문을 던지는 부분들은 새롭게 다가왔다. 자신이 분명히 목격했다고 말하지만 그 증언에는 착각이 존재하는 경우가 왕왕 있기때문에 무조건적인 신뢰는 위험하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분명히 눈으로 봤다고 생각하지만 나중에 확인해 보면 착각인 경우가 있으니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전문가적인 이야기들 외에도 실제 벌어졌던 살인사건에 대한 보고서도 들어 있는데 정말 놀라운 사건들이 많았다. 일본 미스터리를 좋아해서 즐겨읽지만 어떤 책들은 너무 잔혹하다 싶을 때도 있었는데 이 책 <살인본능>을 읽고나니 현실이 소설보다 더 끔찍할 수 있다는걸 새삼 느끼게 된다.

 

시체를 토막내서 여기저기에 유기해 놓은 살인자, 목격자들의 진술이 얼마나 수사에 위험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유괴사건, 믿기 어려운 성범죄를 저지르고 비디오로 찍어놓은 젊은 부부, 화염방사기로 학교에 들어가 무차별 살인을 저지른 남자, 최소한 스물여덟명을 살해해서 인육을 먹고 사람의 피부로 벨트등을 만든 남자 뎅케까지.

 

책을 읽으면서 18세 미만 구독금지를 해야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현실의 이야기들은 끔찍했다. 아쉬운점은 끔찍한 사건들에 대한 사실만 이야기할 뿐 살인범들의 심리 상태에 대한 분석은 볼 수 없었던 점이다. 사건들의 나열보다는 전문가적인 분석이나 과학적인 수사가 일군 쾌거들을 만나보고 싶었던 나로서는 아쉽기만 했다.

 

또 한가지 아쉬운 점은 너무 많은 것들을 잡다하게 이야기하고 있어서 정체불명의 책이 되어버렸다는 점이다. 단원을 나누어 놓은게 무색하리만큼 이야기들이 뒤섞여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비슷한 이야기들을 단원별로 일목 요연하게 분류해 놓았더라면 저자가 하고픈 이야기들이 조금 더 잘 전달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니뭐니해도 이 책에서 가장 무서웠던 부분은 살인자들이 평범한 이웃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는거다. 평범함 속에 숨어 있는 악의를 어떻게 알아채겠는가 말이다. 묻지마 살인이라 불리는 무차별 살인이 종종 벌어져도 나와는 상관 없는 일이라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읽는 동안 그 생각이 달아나버렸다. 어서 빨리 이 책의 여운이 가셔서 이런 두려운 마음도 사라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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