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잣대로 보면 경악을 금치 못할 신라의 개방적인 풍속에 대해 처음 알게되었을 때는 놀랍기가 그지 없었다. 학교에서 배웠던 찬란한 문화유산의 나라 신라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역사 관련 책들을 읽다보니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잣대를 들이밀어 역사를 재단하면 안된다는 생각도 들고... 신라는 철저한 계급사회였다. 귀족계급 중에서도 성골에서만 왕이 나올 수 있었고 높은 지위의 사람과 인연을 맺음으로 스스로의 신분을 높일 수도 있었다. 이런 것들로 인해 만들어진 신라만의 문화가 아닐까 싶다. 귀족 계급들은 자신들의 혈통을 지키기 위해서 근친혼을 하고 자신의 신분을 높이기 위해서 높은 지위의 사람에게 색공을 바치는 문화가 자리잡지 않았을까. 게다가 신라는 여권이 강한 나라여서 남성이 지위가 높은 여성을 통해 신분 상승이 가능했다고 하니 여성의 성을 억압했던 조선과는 다를 수 밖에 없다. 우리는 너무 유교에 사로잡혀 있던, 남성우월의 세상이었던 조선 후기의 사상만을 붙들고 신라를 재단하고 있는건 아닌가 싶다. 신라시대의 근친혼이나 미실의 복잡했던 색공의 계보는 여타 다른 책에서도 본적이 있었지만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된 사실이 있는데 바로 신라에 '마복자'라는 전통이 있었다는 것이다. 임신을 한 여자와 동침을 하면 그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주는 제도라고 하는데 그 전통으로인해 화랑에서는 임신한 아내를 화랑이 머무는 곳으로 보내 높은 사람의 눈에 들게해서 자식을 그 사람의 마복자로 만들고 자신의 지위를 높이기도 했다고 한다. 이 책에서 몇가지 아쉬운 점은 소설형식으로 씌여진 역사서를 내가 좋아하지 않는 이유도 있겠지만 중간중간 소설적으로 표현된 부분은 진지하지 않고 너무 가볍게 느껴져서 아쉬웠다. 그리고 워낙 사료가 적은 탓도 있겠지만 '신라를 뒤흔든 연애 스캔들'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다양한 신라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대했었는데 미실과 선덕여왕을 중심으로 한 짧은 기간만의 특정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점은 아쉬웠다. 지금의 잣대로 보면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일 투성이지만 스스로를 신국(神國)이라 부르고 '신국에는 신국의 도(道)가 있다'는 신라인들의 말처럼 그 시대, 그 나라에서는 보편적인 일이었으니 신라만의 독특한 문화라고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현대 세계에서도 드문 일인 여왕(여대통령)을 세 명씩이나 배출한 나라 신라. 몇가지 아쉬운점에도 불구하고 자유로웠던 신라시대의 이야기를 만나는건 즐거운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