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문학 - 어울림의 무늬, 혹은 어긋남의 흔적
김영민 지음 / 글항아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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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문학.

내게는 생소한 단어다. 영화와 인문학이 만나면 어떤 이야기가 나오게 될지 사뭇 궁금해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날개에 적힌 작가의 프로필도 살펴보고 6-7페이지 분량의 머리글까지 읽었을때 덜컥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내게는 머리글이 너무 어려웠다. 몇 줄을 읽고 또 읽고, 분명 눈으로는 읽었는데 그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고... 책이 계속 이렇게 어려우면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뭉실뭉실 피어 올랐다.

 

그런 두려움은 뒤로 하고 일단 부딪혀 보기로 한다. 목차를 살펴보니 그나마 익숙한 영화제목들이 많아 내 마음을 가볍게 만들어 준다. 내가 좋아했던 영화들도 있고 언젠가는 꼭 봐야지 했던 영화들도 있고 제목만 들었던 영화도 있고... 27편의 한국영화들의 목록을 보고 있자니 두려운 마음도 조금 가라앉고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다.

 

첫 영화 <밀양>에서 마지막 영화 <바보들의 행진>까지 모두 읽었을 때 처음에 느꼈던 두려움은 조금 덜어졌다. 다행히도 본문들은 머리글만큼 어렵지 않았다. 생소한 단어들도 많고 내가 알고 있던 바와는 다른 개념으로 사용되어지는 단어나 문장들도 많았지만 머리글을 읽고 느꼈던 두려움이 커서일까 다행히도 본문은 그럭저럭 읽어갈 수 있었다. 그래도 여전히 어렵긴 했지만...

 

영화마다 감독에 대한 두 페이지 정도의 해설과 추신처럼 덧붙인 간략한 페이지가 읽는 재미를 더해줬다. 감독에 대한 해설은 저자가 아닌 다른 영화감독 세 사람이 함께 썼다고 하는데 그 소개글을 통해서 내가 잘못 알고 있던 것에 대해 다시 알게되는 감독도 있었고 어렴풋이 좋아했던 영화가 뜻밖의 감독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사실도 알게되었다. 감독해설과 추신처럼 붙어있는 페이지는 이 책에서 휴식같은 존재였다.

 

총 27편의 영화 중에서 꼽아보니 내가 본 영화가 50%가 넘는 14편이었다. 확실히 내가 본 영화에 대한 부분을 읽을 때가 훨씬 재미도 있고 이해하기도 쉬웠다. 나머지 영화들을 모두 볼 수는 없겠지만 몇 몇 영화들은 DVD를 챙겨 본 후에 다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와 김기영 감독의 <이어도> 두 편은 꼭 챙겨봐야겠다 싶다.

 

27편 중에서 내가 좋아했던 영화들에 대한 부분은 특히 더 흥미로웠다.

<밀양>, <괴물>, <고양이를 부탁해>, <8월의 크리스마스>... 내가 생각했던 바와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 감탄하면서 뿌듯해 하기도 했고 전혀 생각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만나서 다시 한번 곰곰히 생각하게 만들기도 했다. 잘 만든 괴수영화라고 생각했던 봉준호 감독의 <괴물>에 대해서 '아프고 낯설고 괴이한 진리'라는 철학적인 포커스로 설명한 부분은 많은 생각이 들게 했다. 나는 극장에서 <괴물>을 보며 무엇을 생각했었나...

 

나의 턱없이 부족한 얄팍한 지성으로는 이 책을 100%, 아니 절반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낯설은 단어들, 개념이 확실하게 다가오지 않는 단어들이 너무 많아서 읽기 버겁기도 했다. '당대의 사상을 다루는 자는 그 말의 꼴과 틀을 갱신하는 데에도 마땅한 책임을 느껴야 한다'는 저자의 말씀에도 불구하고 꼭 이렇게 어려운 말들로 이야기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문득문득 들었다. 그런 이유로 저자가 말하고픈 것을 온전히 다 내것으로 만들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영화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만났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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