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크 젠틀리의 성스러운 탐정사무소
더글러스 애덤스 지음, 공보경 옮김 / 이덴슬리벨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들의 책장 구경하기도 좋아하게 마련이다. 다른 사람의 책장을 구경하다 보면 그 사람의 취향이나 성향을 어쩐지 알 수 있는것 같기도 하다. 다른 사람들의 책장을 구경하다보니 자주 눈에 띄는 책이 있었다. 더글러스 애덤스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엄청난 두께를 자랑하는 그 책이 눈에 띄는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읽을 책들이 많은데 저 두꺼운 책을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염려는 뒤로하고 덥석 장만하고는 아니나다를까 책장에 고이 모셔두고만 있다.

 

다른 책들에 밀려 읽을 엄두를 못내고 있는 차에 더글러스 애덤스의 또다른 책 <더크 젠틀리의 성스러운 탐정사무소>의 출간 소식이 들려왔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와는 비교하면 두께면으로는 가벼운 이 책으로 더글러스 애덤스를 먼저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집어 들었다. 유쾌한 SF의 작가라고 일컬어지는 그의 소설에 과연 얼마나 유쾌 발랄한 상상력이 펼쳐질지 잔뜩 기대를 하고 읽기 시작했다.

 

초반부엔 무슨 이야기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인간들에 의해 만들어진 '믿는것'을 전담하는 전자수도사. 뇌 회로가 고장이 나서 자신이 믿었던 것들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다 문득 어떤 믿음에 의해 낯선 문을 열고 타고 다니던 말과 함께 그 안으로 들어간다.

대학 시절 은사에게 저녁 초대를 받은 리처드는 교수의 집 화장실에서 말 한마리를 발견한다. 그리고 여자친구 수잔과의 약속을 잊은것을 떠올리고 급히 그녀의 집으로 향한다.

수잔과의 오해를 풀고싶은 리처드는 그녀의 집이 잠겨있자 집 벽을 기어올라 창문으로 들어가고 그 모습을 리처드의 대학동창인 더크 젠틀리가 목격하게 된다.

웨이포워드테크놀로지 CEO이자 리처드의 상사이자 수잔의 오빠인 고든 웨이는 자신의 별장으로 가던 길에 총에 맞아 숨지고 유령이 되어 떠돌게 된다. 

 

전혀 상관없을것 같은 등장인물들의 관계가 윤곽이 잡혀가면서 이야기는 흥미진진해지고 어리둥절 하기만했던 초반부를 지나면 이야기는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하나씩 맞아 들어간다. 뇌 회로가 고장난 전자수도사가 우연치 않게 저지른 일이 어떤 파장을 일으키는지, 유령으로 떠도는 고든 웨이의 몸부림이 어떻게 리처드에게 살인자의 누명을 쓰게 만드는지, 탐정 더크 젠틀리가 양자역학적 관점에서 사건을 해결하려하는 시도가 어떤 거대한 비밀을 밝혀내는지가 드러난다. 우연과 필연이 얽혀 볼트와 너트가 들어맞아 가듯 이야기는 서로서로 맞춰져 간다.

 

조각 퍼즐 맞추기를 할 때 조각의 그림만으로 짐작해보면 전혀 그곳의 짝이 아닌것 같은데 맞춰보면 딱 들어맞는 조각을 발견할 때가 있는데 그럴때는 혼자라도 박수를 치며 좋아하게 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그런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아무것도 아닌줄 알았던 어떤 조각이 큰 사건을 일으키게 만들기도 하고, 때론 사건의 실마리가 되기도 하고... 그 조각들이 맞아가는 소소한 즐거움이 가득한 책이었다.

 

아직은 책장에서 고이 잠들어 있는 더글러스 애덤스의 또다른 책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보고있으니 이젠 마음이 뿌듯해진다. 재미있는 작가의 몹시도 두꺼운 책이 읽을거리로 남아 있다는 그런 뿌듯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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