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의 1968년 사진 한 장 - 역사상 가장 거대한 속임수의 재구성
훌리오 무리요 예르다 지음, 정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전쟁의 패색이 짙어지자 권총자살을 했다고 알려져 있는 히틀러가 사실은 자살하지 않았다?

미국과 아르헨티나 등 몇몇 나라들의 암묵적인 비호에 힘입어 살아있다가 1971년에 병사했다?

 

이런 전제만으로도 엄청나게 충격적인 일이다.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그런 자극적인 호기심에서였다고 할 수 있지만 책을 읽어나갈 수록 마음이 자꾸만 무거워진다. 내가 알고 있는 진실이란게 반쪽짜리 진실일수 있겠구나 싶고 힘있는 자들이 주장하는 왜곡된 사실에 현혹되어 살고 있는건 아닌가 싶어져 마음이 답답해진다. 사실 그런 징후들은 우리나라에서도 왕왕 목격되고 있으니까.

 

영국 '가디언'지 기자인 사이먼 가든에게 도착한 사진 한장. 1968년이라고 새겨진 그 사진에는 1945년 자살했다고 알려진 아돌프 히틀러와 그의 아내 에바 브라운이 찍혀있다. 생일케익의 촛불을 끄려고 상체를 숙인 히틀러의 모습.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사진을 본 가든은 경악한다. 장난일거란 생각에 전문가에게 진위를 조사케하지만 사진은 조작된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그 사진을 보낸 사람은 하인츠 라이너. 본명은 아일러트 랑. 생물학자였던 그는 '밀레니엄 리서치 2000'이라는 남극에서 펼쳐진 과학실험에 참가했다가 그곳에서 끔찍한 진실을 알게된다. 남극에서 죽은 것으로 알려진 그는 그 후 6년이라는 세월동안 끊임없이 죽음과 맞닥뜨려야했고 진실을 세상에 알리고자 하지만 실패하고 만다. 그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사람이 사이먼 가든이었다.

 

세계 곳곳 영향력있는 위치에 포진되어있는 나치 조직인 울티마 툴레에 맞서 아일러트와 가든은 진실을 밝히려 한다. 아일러트와 가든은 아일러트가 잠시 인질로 삼아서 뜻하지 않게 사건에 휘말리게 된 바이올리니스트 엘케와 함께 히틀러의 죽음에 대한 비밀을 알고 있는 마지막 증인들을 찾아나선다. 그들은 시시각각 좁혀오는 나치 조직의 포위망을 피해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인다. 과연 그들은 성공할 수 있을까...

 

이야기는 한 편의 영화처럼 긴박하게 흘러가서 영화로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긴장을 놓을 수 없는 팽팽함이 처음부터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까지 계속된다. 무겁지만 무겁지 않고, 가볍지만 가볍지 않게 느껴지는건 소재의 탁월함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작가의 필력에서 나온다고 생각된다. 끝까지 긴장하게 만드는 작가의 필력이 감탄스럽다.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전범이, 수많은 사람을 학살한 사람이 어떻게 자기 수명을 다할때까지 살 수가 있다는건지... 미국이나 몇몇 나라가 왜 히틀러를 비호해 주는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독일군이 가진 과학기술과 첨단 무기들 때문에 서로를 도왔다고 작가는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도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으니 히틀러의 죽음에 있어서도 그럴수도 있겠다 싶다.


 

물론 이 책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이 모두 사실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히틀러의 자살을 입증할 명백한 증거도 그 어디에도 없다고 한다. 정확하게 그의 시체를 봤다는 사람도 없었고, 그 이후의 여러가지 의심스러운 부분들이 많아 아직까지도 히틀러의 죽음은 많은 논쟁거리를 낳고 있다고 하니 이런 소설이 등장하는것도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역사는 승리한 자들의 기록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역사적 진실이라고 알고 있는 것들이 과연 모두 진실인지는 누구도 확언할 수 없다. 알면 알수록 회의가 드는 이런 사실들에 대해 그냥 눈감고 귀막고 살아갈 것인지 진실에 가까워지기 위해서 힘들어도 알고자 노력하며 살아갈 것인지는 온전히 내 몫의 숙제로 남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