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면 행복해지네요..

외로움이 외로움에게
김남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6월

일상에 지치고 힘들 때면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떠나지 못하는 여행을 대신해 여행서적을 뒤적이며 마음을 달래보기도 한다. 그토록 여행에 목말라 하는 이유가 뭘까. 그저 나를 둘러싸고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잊고파서일까. 낯선 곳에서 느낄수 있는 설레임 때문일까. 그저 삭막한 도시를 떠나 푸르른 자연에 흠뻑 빠져보고 싶어서일까.

 

아마도 그 모든 것들은 이유가 되겠지만, 아직 내게 '여행'이 '사람'과 연결되어 지진 않는다. 여행에서 마음 따뜻한 사람을 만나는 기쁨은 내게 아직 낯설기만 하다. 천천히 느린 여행을 하지 않고 시간에 쫓겨 내 갈 길 바삐 가기만 하는 여행을 하느라 사람에게 눈 길 주지 못했으니 당연한지도 모르겠고, 자신을 내보이는 데에 인색하고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내 성격 탓이 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김남희님의 다른 책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에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이라는 토를 달아 놓은걸 보면 이 책의 저자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성격인듯 한데 그녀는 어떻게 그리도 맑고 따뜻한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을까. 책을 읽기 전에 문득 스쳤던 의문에 대한 대답을 책을 읽고나니 어렴풋이 알것 같다. 그녀는 맑고 따뜻한 사람들을 볼 줄 아는 맑은 눈과 따뜻한 마음을 지녔기 때문이 아닐까.

 

이 책은 여행서적이 아니라 '에세이'다. 김남희님의 책이니 여행서라 착각할까봐 그랬는지 책의 표지에도 <김남희 에세이>라고 또렷이 적혀있다. 김남희님이 길 위에서 만난 가슴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읽는 이의 마음까지 포근하게, 때로는 외롭게도 만든다. 하지만 외로움 뿐만 아니라 위안까지 준다. 세상에는 '너 혼자만' 외로운게 아니라고....

 

"남희 누나, 외롭구나. 모르도 외로워요. 그러니까 지구에 최소한 외로운 사람 두 명이 있으니까 혼자 외롭지는 않군요." (p.138)

 

이 책 속에는 가난하지만 따뜻함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과 억압받고 통제받는 삶을 거부한 씩씩한 여자들과 나누는 만큼 자신이 행복해짐을 알고 실천하는 삶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나 하나로 세상이 얼마나 달라지겠나 하는 다소 비관적인 생각을 하던 내 자신을 반성해 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제 나도 여행을 떠나면 맑은 눈과 따뜻한 마음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고 익히고 싶다.

 

"우리 모두가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살아간다면 세상은 그것만으로 희망적이라는 것을 일깨워준 시간이었다." (p.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