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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릇한 친절 - 캐나다 총독 문학상, 의회 예술상 수상작
미리암 토우스 지음, 황소연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코에 피어싱을 한 젊은여자가 도발적인 눈길을 던지고 있는 표지의 사진이 내 눈을 잡아 끈다. 너의 모든 걸 알고 있다고 말하는 것도 같고 세상 모든게 부질없다는 허무함도 느껴진다. 책을 다 읽고나서 다시 표지를 보니 이 소설의 주인공인 노미의 모습인듯 싶어 가만히 그녀의 눈을 들여다 본다. 이제는 그녀의 눈길이 도발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단지 힘겨움에 지쳐 보인다.
노미는 메노파의 마을 이스트 빌리지에 산다. 메노파는 노미의 말을 빌리면 '10대 들 입장에서는 가장 창피한 종파'라고 하는데 외지인들이 그들 마을을 구경하러 오는걸 보니 나도 창피할것 같았다. 그들은 희망이나 행복을 상징하는 말이나 사상을 금기시하고 엄격한 규율과 외부와의 단절로 폐쇄적인 생활을 하고 현재의 고난은 하나님의 재림, 휴거를 통해 천국으로 가는 길이라고 믿고 살고있다. 그러하기에 자유와 일탈을 꿈꾸는 십대들에게는 괴로울 수 밖에 없다.
3년 전 어느 날. 언니가 집을 떠나고 곧이어 엄마마저도 노미의 곁을 떠난다. 4명의 가족 중에서 2명이 떠나버린 후 노미는 엄마와 언니를 그리워 하며 다시 만나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 언니와 엄마가 그녀를 찾지 못할까봐 그녀는 이름을 바꿀수 없다고 말한다. 엄마와 언니를 그리워 하는 마음은 여러 의문을 낳고 노미를 혼란에 빠지게 한다. 이스트 빌리지의 목사인 외삼촌과 종종 대립했던 엄마의 모습, 언니의 방황하던 모습, 엄마가 사라지던 날 물끄러미 길을 바라보던 아빠의 모습... 방황하는 노미에게 조금씩 진실이 보이기 시작한다.
노미는 태어나기 전부터 메노파의 일원이었고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그 종교를 따르는 환경에서 자랐다. 하지만 그들로부터 같은 믿음을 갖고 행동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노미의 가족은 하나, 둘씩 배척당하고 노미 자신도 점점 배척당하게 된다. 뉴욕에서 살기를 꿈꾸지만 아빠의 곁을 떠날 수 없는 노미는 어떠한 선택을 하게 될까.
종교가 없어서 그런지 나는 종교란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가끔은 모태신앙에 대해 궁금해 질 때가 있다. 태내에서부터 신앙을 갖는다는게 좋은가 나쁜가에 대해서는 논외로 하더라도 그 사람이 스스로 선택한 믿음이 아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말을 하면 사람들은 믿음은 내가 선택하는게 아니라 하나님이 선택하는 거라고 말하려나...
소설은 커다란 사건도 없이 노미의 소용돌이치는 마음을 노미의 시선으로 조용히 따라간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나도 이 별것 아닌 이야기에 조용히 젖어들었다. 책의 선전문구처럼 '아멜리 노통브에 대적할 최고의 블랙코미디'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그닥 그렇게 느껴지진 않았다) '믿음'이란 것에 대해 가만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