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먹었다 - 우디 앨런 단편소설집
우디 앨런 지음, 성지원.권도희 옮김, 이우일 그림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내가 우디 앨런에 대해서 처음 접하게 된건 아쉽게도 그의 작품을 통해서가 아니었다. 그의 이름을 알게 된건 한국계 입양아였던 '순이'와의 로맨스로 한창 이슈가 되었던 그 때로 기억한다. 어린마음에도 그렇게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데 둘이 사랑할 수 있구나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그가 유명한 영화감독이란 사실은 알았지만 그가 글도 많이 쓴다는건 알지 못했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도 그가 처음으로 낸 책인가 했는데 각본을 많이 쓰고 수상하기도 했고 책도 많이 냈다고 하니 나의 무지가 놀랍기만 하다.

 

사실 나는 단편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몰입할만 하면 끝나버리는 아쉬움 때문인지 단편을 읽고 나면 남아있는 찜찜함이 싫어서 단편은 가급적 피하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아쉬움이 없었다. 아쉬움을 느끼지도 못할만큼 짧은 단편들이어서 마치 짤막한 꽁트를 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한 편, 한 편이 풍자와 쌉쌀한 유머가 들어있는 짧은 시트콤의 시놉시스처럼 보인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보고 있자니 안타까움과 연민이 느껴진다. 상류층에서 밀려날까 전전긍긍하는 부부, 주위의 평가와는 상관없이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배우, 현실에 타협하고 마는 작가... 그들의 나약한 모습에서 나의 어떤 부분을 발견해서 그런지 그들의 모습이 안쓰럽고 씁쓸하다. 읽는 사람에게 이런 마음이 든다는건 이 소설들이 현실을 제대로 풍자했다는 의미가 아닐까.

 

18편의 단편 중의 하나인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먹었다>는 정말 독특했다. 제목에서부터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패러디 하고 있는데 그 내용 또한 발칙하다. 니체의 미발표 유작인 다이어트 책이 발견되었다는 설정으로 그 작품을 인

용하고 있는데 단순한 이야기들을 어려운 철학적 용어를 써서 말하면서 조롱하고 있다. 이게 우디 앨런 스타일이구나 싶다.

 

아직 우디 앨런의 영화를 보지 못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그의 영화가 보고싶어 진다. 책을 읽으면서 한 편의 시트콤이 떠올랐으니 그의 영화는 이 책의 등장인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분명 이 책 만큼 쌉쌀한 유머들이 넘치는 매력적인 영화일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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