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과학과 우리 생활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 내게는 왜이리 멀게만 느껴지는걸까. 어쩌면 '과학'하면 흰 가운을 입은 과학자들이 연구실에 틀어박혀 실험하는 장면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 나의 편견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루라도 내 옆에 없으면 금단증상이 찾아올것 같은 휴대폰도,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컴퓨터도 과학의 발전으로 내 곁에 있는 것이란걸 생각하면 과학은 정말 내 생활과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과학은 멀게만 느껴진다. '대통령을 위한 과학 에세이'란 제목을 당당하게 달고 나온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는 호기심이 컸다. 대통령과 과학이 무슨 상관일까 싶은게 과연 어떤 과학 에세이들로 대통령에게 말을 건낼까 궁금해졌다. 하지만 읽자고 마음먹고 나자 슬며시 겁이 났다. 나처럼 과학에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사람이 무사히 이 책을 소화할 수 있으려나 싶었다. 첫 장을 읽기 시작하자 나의 걱정은 슬며시 사라진다.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이야기들이 줄줄이 나와서 내 속이 다 후련했다. 내가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것들이 글로 씌여져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물론 중간 중간 전문적인 과학 이론들이 등장해서 나를 긴장시키긴 했지만 끝까지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이어져서 무사히 읽어낼 수 있었다. 과학과 정치, 과학과 문화, 과학과 사회, 과학과 인간이 어떤 식으로 연관되어 있는지 과학이론을 예로 들어가면서 설명하고 있다. 수많은 논란들에도 불구하고 MB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을때 나는 솔직히 절망스러웠다. 대체 이런 수많은 도덕적인 결함들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으로 뽑아주는게 민심이라면 민심이 천심이란 말은 잘못된게 아닌가 싶었다. 이 책 속에 그런 현상을 과학적 이론으로 설명해줘서 나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 주었다. 민심의 그런 결정에는 이런 근거가 있었구나 싶었다. 할 수만 있다면 정말로 대통령에게 읽기를 권하고 싶다. 미국 버클리 대학에는 '미래 대통령을 위한 물리학'이란 과목이 있다고 한다. 과학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저자는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는데 하물며 한 나라를 통치해야 하는 대통령에게는 '과학적 사고'가 얼마나 중요할지는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반도체를 잘 만들고 우주선을 쏘아 올리는 것만이 과학이 아니라 합리적인 사고를 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과학적 사고가 더 절실한지도 모르겠다. 표지에 있는 당나귀의 말처럼 "과학적으로 다스려 주셨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부디...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