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부터 나는 피아노를 좋아했다. 피아노 앞에 앉아서 말도 안되는 노래를 부르며 뚱땅거리다 보면 내가 피아니스트라도 되는냥 흡족해 하곤 했었다. 커가면서 피아노는 그저 취미로 자리잡아갔고 이공계 대학을 졸업하고 학원 강사로 일하면서도 내 마음 한구석에선 무언가 허전함을 채울수가 없었다. 내 마음 속에선 계속 다른 길을 찾고 싶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실용음악과. 재즈피아노. 너무 늦은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털어버리고 후회하지 않기위해 하던 일을 접고 실용음악과에 다시 들어가 재즈피아노를 전공했다. 나보다 한참어린 학생들과 함께 공부한다는게 쉽지는 않았지만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그저 피아노만 칠 수 있어서 돌아보면 힘들었지만 가장 행복했던 시간들이다. 이렇게 나는 어쩌다보니 먼 길을 돌아서 피아노 곁에 서 있지만 내 아이에게는 그런 시행착오를 겪게 하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아이가 원하고 적성에 맞는 악기를 찾을 수 있을지, 지겨워하지 않고 즐겁게 악기를 연주하게 해 줄 수 있을지 미리 알아두고 싶었다. 또 내가 레슨하는 학생들에게 좀 더 효율적이고 재미있게 레슨할 것인지, 그와 더불어 내 자신이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음악을 즐길 수 있을지까지... 그 모든 해답을 이 책 속에서 찾고 싶었다. 이 책이 욕심많은 내 모든 질문에 해답을 주진 못했다. 미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실질적인 레슨 프로그램들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하고 학교에서의 악기 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역설하는 등 실용적인 정보들을 담고 있는데 그래서 오히려 우리나라 실정에는 맞지 않아 남의 나라 얘기를 듣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폭 넓은 악기를 소개하는 부분이나 지루하고 힘든 여정인 악기 연습을 부모가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에 대한 부분은 도움이 되었다. 특히 레슨 선생님을 선택하는데 신중해야 한다는 점에는 어느정도는 동의한다. 학생의 실력이 전적으로 선생님에게 달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선생님으로 인해 악기에 대한 호감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건 내 경험으로도 알 수 있다. 내가 어릴적에 몇 년 동안 개인레슨을 받던 선생님이 사정상 그만두시게되어 동네 피아노학원을 다녀야 했었다. 그런데 그 학원 선생님이 무척 무서웠다. 어느날 선생님이 지적했던 부분을 내가 계속해서 잘못 치자 무척 화가나셨는지 나를 소리지르고 혼내면서 건반을 마구 두드리다 선생님 손톱이 뒤집어져서 병원으로 달려가는 소동이 있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학원 가기가 죽을만큼 싫어졌고 피아노 치는 것에도 흥미가 사라졌었다. 내가 자랄때보다 지금은 훨씬 더 악기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 굳이 피아노가 아니더라도 다른 다양한 악기들로 음악을 시작하는 아이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악기를 친구처럼 대할 수 있게, 연습이 지루해지지 않도록 곁에서 힘이 되어 주는 선생님, 엄마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