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인터넷에서 무료로 봐준다는 토정비결을 재미삼아 본 적이 있는데 그 후로 종종 이 달의 운세를 보라는 메일이 날라오곤 한다. 유료 서비스라서 이용하지 않았지만 아마 무료였다면 다달이 꼬박꼬박 이용했을거다. 새해가 시작되면 텔레비전 오락 프로그램에서도 토정비결을 보는 장면이 등장하는걸 보면 토정비결이 우리 일상에 얼마만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대체 토정비결이 뭐길래 그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 우리에게 이렇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걸까. 내가 <소설 토정비결>을 처음 만난건 고등학생 때였다. 그당시 세 권으로 출간되어 베스트셀러였던 그 책을 용돈을 쪼개서 구입해서 책꽂이에 꽂아놓고 방학이 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방학이 되면 방에서 뒹굴뒹굴하면서 내가 읽어주마 했었다. 하지만 내가 읽기도 전에 엄마 친구분이 빌려가셔서는 돌려주지 않으셨다. 엄마를 통해 몇 번 말씀을 드렸지만 돌려받지 못했고 책은 돌려받을 생각이 없을 때만 빌려주리라 다짐했다. 그렇게 인연이 멀어졌던 <소설 토정비결>을 4권의 책으로 다시 만나게 되었다. 3권이었던 <소설 토정비결>을 두 권으로 합본하고 그 이후에 출간했던 <당취>라는 소설을 두 권으로 묶어 모두 4권의 <소설 토정비결>로 다시 내놓았다고 한다. <당취>는 미처 몰랐던 소설이었는데 토정 이지함 후예들의 이야기로 임지왜란 시기를 다루고 있다. 두툼한 4권의 책이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든든해진다. 토정비결의 저자로 알려진 토정 이지함은 양반가의 자제로 어려서부터 천재로 널리 알려졌다고 한다. 어린나이에 바다의 흐름을 읽어 어머니의 묘소에 제방을 쌓아 몇 년 후 묘소가 바닷물에 잠기는걸 막았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신분과는 상관없이 사람을 대하고 마을 농민들에게 농사법 등을 조언하기도 했다니 평생을 백성들의 편안함을 위해 몸바친 목민관으로서의 자질이 보이는 부분이다. 장원급제하고 혼례를 얼마 안남기고 역모사건에 연루되어 절친한 친구와 정혼자를 한꺼번에 잃고 방랑끝에 화담 서경덕에게 가르침을 받고 토정비결을 남기게 된다. 책을 읽다보니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궁금해진다. 저자의 말로는 토정과 화담이 여행하는 부분을 빼고는 대부분 사실에 근거한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임진왜란을 막기 위해 도를 닦는 사람들이 기도를 드리는 부분은 과연 그랬을까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진실과 허구의 어우러짐이 역사소설을 읽는 맛이 아닌가 싶다. 그저 역사에 관한 사전지식이 부족한 나를 탓할 뿐이다. 10여 년의 세월이 흘러 나와 인연이 닿은 <소설 토정비결>.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목민관을 만났다는 반가움으로 마음이 뿌듯해지는 책읽기였다. 토정 이지함과 같은 목민관이 지금 이 시대에도 많이 등장했으면 하는 바람은 꿈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