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라이크 미 - 흑인이 된 백인 이야기
존 하워드 그리핀 지음, 하윤숙 옮김 / 살림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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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크고 작은 편견과 차별을 경험하게 된다. 학교 다닐때 유난히 공부 잘하는 학생을 편애했던 선생님께 느꼈던 차별, 후줄근한 차림으로 갔던 백화점에서 매장직원의 차가운 태도에서 느껴졌던 차별, 외모 지상주의에 휘둘리는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차별....


그래도 이런 것들은 직접적으로 나의 행동에 어떤 제재를 가하거나 제한을 두는 차별은 아니다. 미국에서 흑인들은 행동에 제약을 받는 차별들을 받고 살았다. 백인 여성이 그려져 있는 포스터조차 쳐다보면 안되고 어떤 음식점에는 들어갈 수 없고 화장실도 지정되어 있는 곳만 가야하며 카페에서 물을 달라고 요구 할 수도 없었다. 단지 피부색이 검다는 이유로 말이다. 물론 4-50년 전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인종차별은 세계적인 문제로 남아있다.
 

단지 나의 피부색으로 인해 차별을 받게 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내가 지금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큰 상처를 받고 좌절을 느낄것 같긴 하지만 외국에 나가 살아보기 전엔 직접 경험해 볼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 한계에 도전한 사람의 이야기가 이 책에 실려있다.


존 하워드 그리핀은 흑인 잡지 <세피아>의 발행인인 친구 조지에게 백인인 자신이 직접 흑인이 되어 직접 차별을 경험해 보겠으니 잡지에 글을 기고하는 조건으로 후원을 해 달라고 한다. 그리핀은 피부과에서 약을 복용하고 자외선을 쬐어 피부를 검게 만들고 검은 물감으로 얼굴을 칠해가며 흑인으로 변신한다.  
 

그는 흑인으로 변한 자신의 모습을 처음 거울로 목격하고는 충격을 받고 그 모습을 자신이라 받아들이지 못해 존재감을 잃고 자아가 분리되는 낯선 경험을 하기도 하지만 그는 온전히 자신이 흑인임을 받아들인다. 그리핀은 인종차별이 심하다고 알려진 남부지방을 흑인이 되어 체험하게 된다.
 

백인이었던 자신과 흑인의 모습을 한 자신은 분명 같은 사람임에 틀림없지만 사람들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음을 느낀다. 백인들은 자신의 호의마저 불쾌함으로 받아들이고 흑인들은 같은 편이라는 따뜻한 웃음을 보여준다. 고속도로에서 히치하이킹을 하며 백인들의 흑인에 대한 편견을 고스란히 경험하게 되고 앞에서는 고상한척 하지만 흑인들에게는 치졸한 모습을 드러내는 백인들의 이중적인 태도도 목격한다.
 

50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놀랍기만 한 이야기들이 극심한 인종차별로 첨예한 갈등을 겪고 있던 당시에는 어느정도의 논란이 일었을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백인인 그리핀이 말하는 백인들의 치부는 받아들여지기 힘들었을 것이다. 방송과 책으로 그리핀의 경험이 알려지면서 그리핀과 그의 가족들은 온갖 협박에 시달려 멕시코로 잠시 이주해 살기도 했다고 한다. 또 실제로 그는 KKK단의 습격을 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단일민족 국가인 우리나라는 인종차별에서 자유로울까.
그렇지 않다는걸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고 있을것이다. 어떤 방송에서 시민을 상대로 강남역 거리에서 백인이 길을 물었을때와 흑인이 길을 물었을때의 반응을 실험했었는데 결과는 놀라웠다. 단지 길을 묻는 행위에 대한 반응일 뿐이였음에도 불구하고 흑인에게 대답을 해 준 사람은 백인에게 대답을 해준 사람의 1/3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극명한 차별을 보였다. 
 

요즘 많이 다뤄지는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도 정말 심각한 문제고 우리 스스로 많은 반성이 필요한 부분이다. 누구에게 뭐라 할것도 없이 나부터 마음 속에 편협한 편견이 자리잡고 있지는 않은지 자문해 본다. 이 책 <블랙 라이크 미>는 나에게 스스로를 반성해 볼 수 있는 고마운 시간을 선물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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