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슬픔은 마음을 추스릴수 없을 만큼 크고 깊다. 만일 사랑하는 사람을 다른 사람에 의해, 살인사건으로 잃게 된다면 그 마음이 어떨까. 정말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이지만 살인자를 향한 끓어오르는 분노를 다스리기가 쉽지 않을듯하다. 그런데 그 살인자가 사법적인 처벌을 받지 않는다면.... 4년 전 3명의 중학생이 저지른 강도살인으로 아내를 잃은 히야마 다카시는 딸 마나미를 키우며 살아가고 있다. 3명의 중학생은 소년의 보호와 육성을 위해 만들어진 소년법에 의해 처벌받지 않았고 히야마는 증오와 원망을 꾹꾹 누르고 살아간다. 히야마에게는 두 개의 시간이 흐른다. 아내를 잃은 순간 멈춰버린 시간과 마나미를 돌보며 흘러가는 시간. 어느날 히야마가 운영하고 있는 커피숍에 형사가 찾아와 아내를 살해했던 소년 중의 한 명이 근처 공원에서 살해됐음을 얘기한다. 마치 그에게 누명을 씌우기 위해서인듯 그의 주변에서 아내 살인범들이 한 명씩 살인을 당하거나 피습당한다. 그는 그 소년들의 주위를 탐문해 나가고 놀라운 진실이 그 앞에 드러난다. 에도가와 란포상을 만장일치로, 단연 선두의 평점으로 수상한 작품이라는 출판사 측의 광고가 과대포장이 아님이 느껴진다. 책을 잡은 순간부터 순식간에 몰입하게 만드는 흥미진진한 전개도 훌륭하고 읽는 동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이야기라 나는 감탄하면서 읽어내려갔다. 마침 이 책을 읽고 있는 중에 '뉴스 후'라는 프로그램에서 범죄 피해자들의 인권을 다루는 방송을 보게됐다. 범죄 피해자들이 얼마나 피폐해져 있으며 그들을 위한 제도적인 장치 마련이 절실하게 필요함을 얘기하고 있었다. 그 방송에서 다루어진 일본에서 일어난 사례가 내 눈길을 끌었다. 중학교에서 벌어진 같은 반 학생 살인사건의 뒷이야기로 피해자의 어머니는 기억상실증에 걸려 일상생활이 어려워졌고 아버지는 암으로 사망했고 여동생은 자해를 일삼는등 피해자 학생의 가족은 붕괴됐지만 가해자 학생은 소년법에 의해 처벌받지 않고 성인이 되어 변호사가 되었다고 한다. 물론 가해자 학생이 번듯한 사회인으로 자란것이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피해자 가족이 붕괴되어 버린것과 비교하면 씁쓸하기만 했다. 이 책은 흑백 논리로 문제를 제단하고 있지 않다. 피해자 가족과 가해자의 심리를 넘나들며 독자에게 당신 생각은 어떠냐고 묻고 있는듯하다. 피해자와 가해자를 모두 아우르는 해결책을 찾을수는 없을까. 이것만이 옳다고 고집하지 않고, 그 어떤 사람도 포기하거나 방치하지 않고 보호해 주는 그런 해결책이 만들어지길 빌어본다. 앞으로 자신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이전에, 자신이 범한 과오를 정면에서 마주보는 것이 진짜 갱생이 아닐까. (p.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