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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라, 남자 - 농부 김광화의 몸 살림, 마음 치유 이야기
김광화 지음 / 이루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서울에서 태어나고 서울을 벗어나 살아본적도 없는 내가 언제부터인가 시골에 가서 살고싶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그런 마음을 내비치면 시골생활의 수고로움을 몰라서 그런다는 비웃음이 돌아오기도 하지만 전원생활을 꿈꾸는 내마음은 시간이 갈수록 커져간다. 농사를 업으로 삼아서 생활할 자신은 없지만 텃밭을 일구면서 자연과 함께 살고싶다는 마음에 전원생활과 관련된 책을 읽기도 하고 시골생활 관련한 잡지도 읽곤한다. 이 책 <피어라, 남자>도 그런 마음에 읽게 됐다.
이 책은 대학시절부터 시작된 20여년 간의 도시생활을 정리하고 귀농을 한 농부, 아니 한 가족의 이야기다. 도시생활에 몸도 마음도 지쳐가고 남편의 자리, 아버지의 자리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자괴감에 빠져있던 저자는 귀농을 결정하고 농사를 짓고 시골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몸과 마음을 치유받는다. 자연으로 돌아가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니 잘먹고 잘싸고 잘자게 되었다고 한다. 그 과정이 그소란히 이 책 속에 녹아들어 있다.
저자의 두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지 않고 집에서 일하고 배운다고 한다. 도시의 아이들이 학교와 학원에 치여 밤늦게까지 동동거리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 농사를 짓고 손수 집을 지으며 아이들과 소통하는 즐거움을 찾아가는 모습은 소소한 감동을 준다. 나도 내아이가 생기면 자연과 더불어 배우고 느끼게 하고 싶은데 실천할 수 있을지가 항상 의문이였는데 이들 부부가 쓴 아이들에 대한 교육에세이를 기회가 되면 꼭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은 부분은 결혼 20년 만에 아내와 다시 하는 '부부연애' 이야기다.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의 표현력을 지닌 저자가 데이트를 하듯 아내와 산책을 하고, 기장을 비비며 함께 춤을 추고, 속마음을 표현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흐뭇하기만 하다. 나도 그렇게 '부부연애'를 하는 부부로 살고 싶어진다. 서로 상대의 단점을 고치려 하기보다는 좋은 점을 닮아가려 노력한다는 이야기는 가슴에 꼭꼭 새기고 있다. 잊지말고 실천해야지....
자연을 정복하려 하지 않고 커다란 욕심내지 않고 흙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읽으니 내 마음도 조금 여유롭고 느긋해진다. 나는 무엇때문에 그리도 종종거리며 바쁘게 살고 있는건지 되물어 본다. 한걸음 뒤로 물러서 긴호흡으로 천천히, 팍팍한 도시지만 가끔은 하늘도 보고 나무들의 푸르름이 어제와는 또 어떻게 다른지 느끼면서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