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00
허균 지음, 김탁환 엮음, 백범영 그림 / 민음사 / 200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고...."

개그에도 등장할 만큼 유명한 홍길동전의 한 대목이다. 어릴적부터 너무 많이 들어서 수십번은 읽은듯 익숙한 홍길동전. 하지만 실은 내가 읽었는지 아니면 너무 익숙해서 읽었다고 착각하고 있는지조차 구분이 가지 않는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의 100번째 작품으로 <춘향전>이 채택되더니 200번째 작품으로는 우리나라의 고전 소설 <홍길동전>이 김탁환님의 옮김으로 나왔다는 소식이 반갑고 기쁘기만 했고 이번 기회에 제대로 읽어보자 싶은 마음으로 책을 집어들었다.

 

이 책에는 완판본 36장본과 경판본 24장본의 두가지 판본의 홍길동전이 수록되어 있다. 완판본이 더 자세하고 길어서 완판본을 읽고난 후 경판본을 읽으니 꼭 재방송용으로 조금 짧게 편집된 방송을 보는 듯 했다. 이 부분이 이렇게 다르구나, 이렇게 바뀌었구나 하면서 비교해보는 즐거움이 있다.

 

책의 끝부분에는 완판 36장본의 영인본을 원본 그대로 실어놓았는데 띄어쓰기도 없고 조선시대에 쓰였던 한글체가 낯설어 전부 읽어보진 못했지만 김탁환님이 풀어 써놓은 부분을 읽다가  이 부분은 원본에 어떻게 씌여있을까 궁금해지면 찾아서 읽어보곤 했다. 그 시절에도 이런 표현을 썼구나 하면서 웃기도 하고 감탄하기도 했다.

 

내가 이 책에서 색다르게 느꼈던 부분은 뒷부분에 수록된 영인본과 백범영님의 삽화였다. 삽화라고 가볍게 보아 넘기기엔 그림이 주는 매력이 아주 크다. 동양화의 아름다움과 은근한 색채의 풍미가 책을 읽는 즐거움을 높여주고 있어 마치 그림 동화책을 보는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홍길동전>의 작가 허균은 비운의 천재라 불릴만큼 재능은 뛰어났지만 개인적인 아픔을 많이 겪었다고 한다. 시문에 능했던 누이 난설헌이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다 일찍 세상을 뜨고, 전쟁을 겪으며 아내와 아들을 잃는 슬픔도 겪는다. 허균 자신도 원대한 이상을 품고 개혁을 꿈꾸지만 실현하지 못한 채 광해군 10년에 사사당하고 만다. 그의 펼쳐보지 못한 꿈은 홍길동이 이상적은 나라 율도국 건설하고 다스리는 이야기로 상상 속에서나마 실현되고 있다. 그는 그것으로 마음의 위안이 되었을까 궁금해진다.

 

난세가 영웅을 만든다는 말이 있듯 어려운 시절을 견디자면 백성들에겐 홍길동같은 영웅이 필요한 법이다. 그 시절에는 허균이 홍길동을 만들어 냈는데 여기저기서 힘들다고 아우성치는 지금의 우리에게는 누가 홍길동같은 영웅을 만들어 내려나. 아니, 소설 속의 주인공이 아닌 현실속에서 홍길동 같은 영웅이 절실하게 필요한게 아닌가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