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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 대유행으로 가는 어떤 계산법
배영익 지음 / 스크린셀러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잘 짜인 이야기의 구조는 언제나 책의 세계로 사람을 빠져들어가게 만든다. 작은 판형의 두툼한 책은 들고 다니며 읽기 좋았고, 그렇기에 버스와 전철에서 날 이 책 속 세계로 빠져들게 했다. 상상할 수도 없는 작은 일이 한 도시에서 나라 전체로, 또 세계로 퍼져나감으로 걷잡을 수 없는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광경.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소름끼쳤던 것은 이 모든 이야기가 그저 '공상'이 아니라 언제나 '사실'이 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스와 신종플루의 공포에서 벗어난지 얼마나 됐다고 이제는 구제역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그 원인은 상상할 수도 없을만큼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지만 그렇다고 해도 내가 그것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다.
전세계적인 전염병이 일어났을 때, 사람들은 공직자나 관련 업계(의사나 의학연구자 등) 사람들의 방만함을 탓한다. 그렇지만 역시 그들만의 탓은 아니다. 어쨌거나 그들도 노력을 하고 있겠지만 노력을 한다고 해서 그런 위험들을 전부 막을 수는 없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에 나오는 많은 간호사와 연구자, 의사들은 모두 노력한다. 어떻게든 병을 막으려고. 그렇지만 막으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항체가 발견되지 않는 상황, 돌발적인 환자들의 행동, 또 의료진 스스로가 병에 걸려버리는 상황 등이 병을 점점 더 퍼져나가게 만든다.
아무리 이성적인 결론을 내려도 자기 자신이 치사율 100%의 병에 걸렸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은 이전에 내린 결론과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장르문학의 특성을 골고루 갖추고 있으면서 이 시대에 적합한 주제를 흥미있게 풀어낸 이 책에 별점 4를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