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체의 역사
필립 카곰 지음, 정주연 옮김 / 학고재 / 201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스로 벗은 몸은 자유와 일탈의 상징이다. 남태평양의 원주민 투비아이 투장이 쓴 <빠빠라기>에는 여성의 몸이 옷 아래 숨겨져 있기에 오히려 각종 문제를 일으킨다는 대목이 나온다. 이들 부족의 여인들은 옷을 입지 않기에 남자들 또한 여성의 몸을 대상화하지 않는다.

 

나체 앞에서 수치심을 느끼며 고개를 돌리는 이유는, 현재 우리의 몸이 억압되어 있기 때문 아닐까? 인간의 몸이 사려지지 않고 그대로 실려 있는 이 책 <나체의 역사>를 보며 조금이나마 억압되어 있던 나의 정신이 자유로워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나체가 논란이 되는 이유는 그 위로 역사와 문화가 덧씌워지기 때문이다. <나체의 역사>에 실린 우리의 몸은 그저 ‘몸’일 뿐 신성한 것도, 외설스러운 것도 아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월급의 비밀 - 주는 사람은 알지만 받는 사람은 모르는
박유연 외 지음 / 카르페디엠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주는 사람은 알지만 받는 사람은 모르는 『월급의 비밀』

나는 구직자다. 이전 직장을 나올 때 가장 크게 내게 영향을 미친 것은 아무래도 월급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월급과 더불어서, 이곳에 비전이 있을까? 이곳에서 계속 일하는게 경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내가 이 일을 하고 싶은 게 맞을까?
이런 고민들을 하기는 했다.
그렇지만 만약 내가 받는 월급이 두배였다면?
난 그만두지 않았을 것이다.
어차피 적은 월급이었기 때문에, 일을 그만두고 아르바이트라도 하면서 다음 직장을 구하면 되지, 하고 홧김에 나온 구석도 없지 않아 있다. 만약 월급이 더 많았다면 앞으로의 일을 찬찬히 생각하면서 더 좋은 조건에 이직을 할 수 있도록 여러 준비를 했을 테고, 적어도 1~2년 정도는 더 근무하지 않았을까?
내가 가장 후회하는 것은 연봉협상을 시도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른 월급을 보며 의욕이라도 고취시켰으면 구직자로 긴 시간을 보내면서 막막해 할 일은 없었을 텐데.

이 책에서 내게 큰 도움을 준 파트는 2개다.
하나는 연봉이 결정되는 요인.
다른 하나는 연봉협상의 비법.

그만두면서 동료가 나보다 훨씬 높은 월급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내가 받은 충격은 굉장히 컸다. 그건 그 동료가 그런 월급을 받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 아니다. 나는 입사 전 연봉협상을 시도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적은 월급 때문에 생활의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나는 한번도 이런 저런 조건을 들어 내 월급을 올려달라고 말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내가 해낸 성과들을 생각하면 나름대로 더 좋은 대우를 받을 가치가 있었는데도 말이다.

"이제 주는대로 받는 시대는 끝났다. 많은 회사가 연봉제로 바꾸고 있다."

이 말은 내게 용기를 주기도 했다. 『월급의 비밀』은 어떻게 연봉협상을 할 수 있을지, 또 연봉이 결정되는 요인들을 고려하면서 내가 요구해야 할 타당한 선은 무엇인지를 지식적으로 알려준 책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게 연봉협상에 대한 새로운 눈을 뜨게 해주고 용기를 주기도 했다. 저자에게 감사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영웅 열전 1
이윤기 지음 / 민음사 / 201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플루타르코스의 영웅 열전을 번역한 이 책의 제목을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영웅열전』이라고 지을 수 있는 것은 소설가이자 번역가로 이름이 높은 이윤기 선생님의 흥미로운  '잡담'이 곳곳에 끼어있기 때문이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영웅열전』은 독자들에게 너무나 익숙해진 신화 영웅 테세우스를 비롯해 역사적 영웅 알렉산드로스부터 정치가 뤼쿠르고스와 아리스테이데이스, 현자 솔론의 이야기까지 고루 담은 책 이다.

그러나 신화가 아닌 그리스 역사가 나온다고 해서 지루해지는 것도 아니다.  중간 중간 헤라클레스, 이아손, 미다스 등 익숙한 신화적 인물에 관한 에피소드도 나오니 '신화'와 '역사'를 연결시켜 볼 수 있어 흥미롭기까지 하다.

그리스로마의 역사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갖고 있어야 쓸 수 있는 글이기에 더 감탄이 나온다.


신화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도 각 에피소드에 맞는 풍부한 사진 자료와 그림 자료, 설명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내용을 이해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


다른걸 다 떠나서,
재미있는 책이기도 하다.

그러나 표지에는 테세우스, 알렉산드로스, 뤼쿠르고스, 솔론 이 4명의 인물만 명시되어 있고, 아리스테이데스는 빠져 있다. 정말 민음사답지 않은 실수라고나 할까?

그리고 곳곳에서 짤막한 에피소드가 되풀이 된다. 이윤기 선생님께서 의도한 바인지는 모르겠지만, 같은 내용을 두 번씩 읽자니 편집자의 실수처럼 여겨지기만 한다.

그래도 민음사는 참 좋은 텍스트를 참 좋은 책으로 만드는 출판사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영웅열전』 2권을 기대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왜 사라지고 있을까 - 타인과 함께 하는 가장 이기적인 생존 전략, 포용
정현천 지음 / 리더스북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은 '경쟁 사회'다. 가진건 사람밖에 없다보니 스펙과 인맥을 쌓은 사람을 고용하려고 경쟁하는 기업들과, 이런 기업들 사이에서 조금이라도 좋은 대우를 받기 위해 경쟁하는 구직자들이 넘쳐난다. 서로를 도와서 윈윈 전략을 펼칠 생각보다 다른 이를 따돌리고 어떻게 하면 클라이언트의 눈에, 고용주의 눈에 들 수 있을지 고민한다. 그러나 정작 일하는 가운데 느껴지는 것은 집단 속에서 서로 돕는 법을 잘 알고,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유연하게 대처하는 기업과 사람이 더 훌륭한 결과를 일군다는 점이다.

경쟁 사회에 대한 염증은 나 하나만 느끼는 게 아니었다. 서점에 가 보면 유연성과 포용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하는 책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런 책들 가운데서 '타인과 함께하는 가장 이기적인 생존전략, 포용'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나는 왜 사라지고 있을까』는 한국 사회, 그리고 한국인인 나 자신의 편협함을 되돌아보게 하기에 충분한 책이었다.

이 책은 생태계, 유전자, 문명, 기업, 사람에서 찾아볼 수 있는 성공의 예를 제시하면서, 포용의 중요성에 대해 눈뜨게 해줬다.

단기간 내에 성장을 이룬 경우에도, 그 바탕에 포용이 깔려있지 않으면 결국 망하고 만다는 것이 이 책에서 되풀이하는 교훈이다. 역사, 사회, 과학, 경제 분야의 수많은 도서목록들을 오가며 내놓은 저자의 결론은 '내가 살아남기 위해 모두를 따돌리는 것'이 결국 사멸로 가는 길이라는 것, '내가 살아남으려면 현명하게 포용하는 것'이 결국 살아남는 길이라는 것이다.

남들보다 잘 사는 게 얼마나 멋진지 자극하는 TV프로그램들이 쏟아져나오는 것은 대중들이 남들보다 더 잘 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런 대중들을 설득하기 위해 붙인 '가장 이기적인 생존전략, 포용'이라는 역설적인 부제에는 분명 진실이 담겨 있다.
내가 잘 살려면 먼저 함께 잘 살아야 한다는 것.

이런 책을 통해서 더 많은 한국의 기업들이, 사람들이 포용의 중요성에 눈뜨기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염병 - 대유행으로 가는 어떤 계산법
배영익 지음 / 스크린셀러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잘 짜인 이야기의 구조는 언제나 책의 세계로 사람을 빠져들어가게 만든다. 작은 판형의 두툼한 책은 들고 다니며 읽기 좋았고, 그렇기에 버스와 전철에서 날 이 책 속 세계로 빠져들게 했다. 상상할 수도 없는 작은 일이 한 도시에서 나라 전체로, 또 세계로 퍼져나감으로 걷잡을 수 없는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광경.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소름끼쳤던 것은 이 모든 이야기가 그저 '공상'이 아니라 언제나 '사실'이 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스와 신종플루의 공포에서 벗어난지 얼마나 됐다고 이제는 구제역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그 원인은 상상할 수도 없을만큼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지만 그렇다고 해도 내가 그것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다. 


전세계적인 전염병이 일어났을 때, 사람들은 공직자나 관련 업계(의사나 의학연구자 등) 사람들의 방만함을 탓한다. 그렇지만 역시 그들만의 탓은 아니다. 어쨌거나 그들도 노력을 하고 있겠지만 노력을 한다고 해서 그런 위험들을 전부 막을 수는 없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에 나오는 많은 간호사와 연구자, 의사들은 모두 노력한다. 어떻게든 병을 막으려고. 그렇지만 막으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항체가 발견되지 않는 상황, 돌발적인 환자들의 행동, 또 의료진 스스로가 병에 걸려버리는 상황 등이 병을 점점 더 퍼져나가게 만든다.  


아무리 이성적인 결론을 내려도 자기 자신이 치사율 100%의 병에 걸렸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은 이전에 내린 결론과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장르문학의 특성을 골고루 갖추고 있으면서 이 시대에 적합한 주제를 흥미있게 풀어낸 이 책에 별점 4를 주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