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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 고양이 후루룩 ㅣ 낮은산 어린이 13
보린 지음, 한지선 그림 / 낮은산 / 2014년 10월
평점 :
생일이나 어린이날이나 선물을 받을 수 있는 날이 돌아오면 딸아이는 늘 강아지를 키우게 해달라고
조릅니다. 그러면 저는 털날리지 똥 치워야지 목욕도 시켜야지 어림도 없다고 이 책 속의 이모처럼 대응합니다. 형제없이 외로운 딸아이가 안쓰럽지만
책 속 이모처럼 먹지도 싸지도 않고, 털도 안빠지는 고양이가 있다면 모를까..라는 생각을 해보며 아이의 소망을 일축시켜 버리죠.

<컵고양이 후루룩>의 아이는 밤10시까지 혼자 지냅니다. 이모가 10시에나 오시고
어쩐일인지 같이 살던 아빠와도 떨어져 지내는 모양입니다. 외로운 아이에게 어느 날 컵고양이가 손안에 들어옵니다. 아이가 저녁이면 들러 컵라면을
사먹는 편의점 옆에 새로운 자동판매기가 생겼고, 그 자판기에서 컵고양이를 눌러 뽑았습니다. 컵라면과 같이 뜨거운 물을 붓고 3분을 기다리면
그렇게 바라던 고양이가 생기는 거죠.

설마 설마 했는데 정말 귀엽고 따뜻한 정말 살아있는 아기 고양이가 컵에서 나왔습니다. 아이는
생일이랑 크리스마스, 어린이날이 한꺼번에 찾아온듯 기뻐하고 "후루룩"이라는 이름을 지어주며 "이제부터 넌 내 동생이야" 하며 행복해합니다.
이런 행복으로 훈훈한 마무리여야 마땅하겠지만 어마어마한 반전이 기다립니다. 딸아이와 저는 함께
책을 다 읽고는 슬픈마음에 한동한 말문을 잃었습니다.
우리 아이의 독서록을 살짝 옮겨 보았습니다.
<컵고양이 후루룩>은 슬프기도 했지만 정말 충격적인 사실을 나에게 알려주었다.
인간의 욕심이 과하다는 것 말이다. 물론 난 인간의 욕심이 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과할줄은 몰랐다. 후루룩은 진짜
고양이는 아니고 사람이 만든 고양이다. 인간이 원하는 것을 모두 다 갖춘 고양이였지만 인간의 기술력이 그렇게 뛰어나진 않았는지 후루룩은 24시간
밖에 못사는 하루살이 고양이 였던 것이다. 그렇지만 후루룩은 생명이었다. 내가 충격 받은 부분은 후루룩도 생명인데 인간때문에 24시간이라는
시간밖에 못살고 죽는다는 것이다!.....

활동이 멈추면 처리하기 쉽도록 응고됩니다.
소비자 가격 : 300일치 외로움
후루룩이 들어있던 컵에 적힌 마지막 문구입니다.
숨을 쉬고 밥을 먹고 목욕까지 했던 후루룩이 활동이 멈추면 헉..처리하기 쉽도록 응고가
되어버립니다.
컵 속에 오도카니 들어앉은 후루룩을 보며 아이는 300일치 외로움과 함께 해야
합니다.ㅠㅠ
우리 아이는 이 책을 읽고 인간의 이기심에 희생당한 아기 고양이 때문에 아파했고, 저는 홀로
또 남겨진 아이 진이 때문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후루룩이 남기고간 행복이 진이에게 더 큰 외로움으로 남겨진것이 가슴 아프고, 이 외로운 아이에게
따뜻한 가정이 주어져 위로받고 아이답게 자랄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