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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사회 - 증오는 어떻게 전염되고 확산되는가, 10주년 기념 개정판
카롤린 엠케 지음, 정지인 옮김 / 다산초당 / 2026년 3월
평점 :
혐오사회 증오는 어떻게 전염되고 확산되는가
나는 혐오와 상관없다?
혐오니 증오니 하는 말은
듣기는 하지만 별 관심은 없고,
뉴스에서 사용하고 관심 있는
사람들의 활동이거니 정도로 받아들인다.
가끔 보는 험악한 언어의 폭풍 댓글을
넘어 동참까지 촉구하는 글들도 보이지만
그들만의 리그로 여기며 넘겼고
관심이나 활동을 눈여겨본 적은 없다.
적어도 나는
혐오와는 거리가 있는 사람이고
누군가를 비난이나 공격을 해 본 적이 없으니까.
관심 없음은 당연하다고 봤다.
<혐오 사회>는
이런 무관심한 사람을 향해 정확히 겨냥한다.
여성이자 성 소수자로 전쟁과 사회적 폭력, 혐오 문제의 구조를 파헤치고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데 주력하고 있는 독일의 저널리스트 카롤린 엠케가 10년 만에 낸 개정판으로
우리나라 손석희 교수가 추천하고
독일 슈피겔에서는 야스퍼스,
수전 손택과 같은 반열에 올랐다. 는
극찬을 받은 이 책은
혐오와 증오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폭력이 정당화되는지의 과정을 담았다.
‘사랑’ ‘희망’ 또는 ‘근심’이란
인간사를 보듬는 단어가 혐오나 증오에는
어떻게 학습되고 강화되는지 알려준다.
혐오와 증오가 학습된다고?
친구와 사소한 일로 다투었을 때
누군가는 일방적인 말을 전하고
누군가는 사실을 확인하지 않은 채
받아들이거나 동조하며,
그리고 또 누군가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나는 그중 어디에 있었을까.
틀린 말을 한 적은 없지만
틀린 말을 멈춘 적도 없는 방관자이다.
작가는 말한다.
질문하지 않는 태도, 침묵하는 태도
역시 혐오를 강화하는 방식이고,
그 순간의 침묵은 중립이 아니라
하나의 메시지로 작동하며,
이때의 방관적 태도는 상대에게
동조하는 자 못지않게 무언의 긍정
메시지로 학습되고 훈련된다고 한다.
“증오와 폭력으로 귀결되는 것은 모두 그전에 미리 정해진 궤도를 따라가게 되어 있다. 밈 하나, 이미지 하나, 짧은 글귀 하나로 망상을 열어젖히는 것들이 있다.”-21
자연스러움과 원래의 것이란
혐오는 거대한 사건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대개는 사소한 말 하나,
가볍게 넘긴 농담 하나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것은 반복되며
점점 더 자연스러운 것이 된다.
이 책을 읽으며 오래 붙잡힌 단어가 있다.
‘자연스러움’과 ‘원래의 것’.
나는 이 말을 의심 없이
긍정의 의미로만 받아들여 왔다.
하지만 이 단어의 방향을 조금만 틀면
의미는 완전히 달라진다.
“그렇게 신에 의해 자연스럽게 창조된 존재는 특별한 가치를 부여받고 그럼으로써 침해할 수 없는 어떤 가치를 지니게 된다. ‘자연스럽고’, ‘원래적인’ 성은 ‘정상성’을 규정하는 표준으로 볼 수 있고 그렇게 보아야 한다.”-169
‘원래 그렇지 않다’는 말은
‘너는 여기 속하지 않는다’는 선언이 될 수 있다.
성 소수자, 무슬림, 유색인종.
나는 그들을 공격한 적은 없다.
이것은 지금도 여전하다.
피켓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지 않으며
타인을 향한 공격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기꺼이 이해하려 한 것도 아니다.
모른다는 이유로 거리를 두고
불편하다는 이유로 외면한다.
그 침묵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안다고 해서 앞장서 싸우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람이
어떤 편에 서게 되는지는 알게 됐다.
<혐오 사회>를
통해 얻게 된 작은 돌이다.
한 권의 책이 준 통찰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