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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빨리, 천천히
장후이청 지음, 쉬쾅쾅 그림, 박지민 옮김 / 북뱅크 / 2023년 9월
평점 : 
서평도서 『빨리빨리, 천천히』 📚
나이가 들면서 1년을 되돌아볼 때마다 뭔가 한 것이 없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것은 아마도 특별한 기억이 없어 1년이라는 긴 시간이 압축된 탓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쳇바퀴 돌듯 바쁜 일상으로 하루하루의 시간을 보낸다.
『빨리빨리, 천천히』는 어디에 누구와 있는지에 따라 같은 시간이지만 다르게 느껴지는 시간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 같다.
이 책의 주인공 남자아이는 도시에서 엄마, 아빠와 함께 살면서 ‘나는 매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라고 하지만 방학 때 시골에 가서는 ‘외출할 때, 숲을 걸을 때, 밥을 먹을 때, 잠을 잘 때도 마치 시계가 없는 세계에서 사는 것 같다.’ 고 말한다.
그러다 보니 ‘빨리’와 ‘천천히’ 사이에 끼여 아이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고민에 빠진다.
엄마, 아빠는 시간에 쫓겨 규범이나 규칙을 지키기 위해 항상 ‘빨리빨리’를 외치고, 시골에 사는 할머니, 할아버지는 여유를 음미하는 삶의 지혜를 알려주며 ‘천천히’를 말했기 때문이다.
물론, 도시에 산다고 무조건 빨리 사는 것도, 시골에 산다고 태평한 것도 아니지만 규칙과 삶의 지혜 사이의 선택이라는 어려운 주제를 고민해 봤으면 하는 작가의 생각과 어린 아이들이 쉽게 접근하고 생각하길 바라는 작가의 세심한 마음이 느껴진다.
이 책을 쓴 ‘정휴아청’ 작가는 교사이자 타이완 교육부에서 탁월한 교육자에게 수여하는 금질상(金質獎)을 수상한 교육자다.
대만 여행을 하다보면 한대의 오토바이도 정지선을 넘지 않으며, 줄서기를 보면 정말 대단한 시민의식이 부럽기까지 했다. 그 교육의 기본은 ’빨리‘와’천천히‘의 조화에서 나오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바쁘게 사는 것을 나쁘게 말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천천히 사는 것이 무조건 좋다고 하지도 않는다.
기본적인 질서나 규칙, 규범을 잘 지키기로 유명한 대만 사람들도 ‘빨리’와 ‘천천히’의 조화를 어떻게 아이들에게 잘 알려줄 수 있을지 고민이 많은 것 같다.
아이와 함께 최대한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삶을 살자고 다짐하고 천천히를 의식적으로 이야기하는 편이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 순간 나도 모르게 ‘빨리빨리’를 외치는 나의 모습과 ‘천천히’만 좋다고 생각한 나 자신의 모습에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나의 시계는 어떠한가? 혹시, 빠르게만 또는 느리게만 살려고 하지는 않은가?
그림책을 보며 때론 빠르게, 때론 느리게 삶의 리듬을 조절하며 자신의 시계 속에 다양한 템포를 담는 방법을 생각해보며 아이의 성장을 느껴보실 분들에게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bookbank_books 로부터 도서만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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