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산행 - 산에 들어 옛사람을 보다
박원식 지음, 신준식 사진 / 크리에디트(Creedit)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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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초겨울 날씨에도 산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한결같다. 봉우리마다 남아 있는 노랗고 붉은 단풍이 마지막 붉고 고운 마음을 표시하기라도 하는 듯이 절정으로 치달아, 화려한 오색 단풍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며 산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을 유혹하듯 손짓하고 있는 계절이다.

산은 늘 그렇게 있으면서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절경 속으로 안내하며 사계절 내내 산을 찾게 하고, 계곡이며 산 언저리마다 옛사람의 향기를 전달해 주는 듯한  흔적을 통해서 선현들의 발자취를 느끼게 해 주는 존재인 산 이야기가 담긴 책을 펴본다.
 
속리산은 실로 수많은 사화와 전설을 내장한 산이다.영웅과 호걸, 문인과 무인, 기인 과 이인의 행장이 매장된 역사 텍스트다. 일찍이 고운 최치원이 속리산에 나타났으며 골육상잔의 지옥을  거쳐 왕권을 거머쥔 조선의 태조 이성계가 즉위 전 이 산에 들어 정신을 수습했다.
 -책 58 페이지에서  -

 
전문 산악인 저자가 선현들의 산행 관련 문헌을 살펴가며 명산의 어귀마다 서려 있는 선현들의 자취를 되짚어보고, 가신 임의 발길을 따라 가 보게 하며 역사 문화의 향기 속에 사색과 명상에 젖게 하는, 산을 주제로 하는 사진을 곁들인 명산 순례 에세이이다.

역사 속 인물들의 애정과 한숨이 묻어나는 글과 함께 천년 산행의 느린 걸음 속에 호연지기를 품었던 성현의 기개나 세상을 등졌던 선현의 풍진 삶이 담긴 글과 혼이 서린 산세의 정기를 음미하며, 세월의 틈을 좁혀보기라도 할 듯한 친근한 산행기록이다.

우리 산의 아름다움과 함께 성현과 대화하듯 속리산과 인연있는  임경업 장군의 손길이 스쳐간 바위나 단양 온달 산성에 전해지는 전설을 들어보거나 만덕산의 다산과 두륜산의 초의선사 그리고 청량산과 소백산의 퇴계를 생각하며, 20여 명산의 순례를 돌아본다.

김삿갓의 해학에서 고운 최치원의 시문이나 도를 깨우친 겸허 선사의 말씀이 전해오는 명산 명찰을 찾아 보며, 선현의 열정과 자유를 흠모하는 역사의 산길을 답습하여 천년 여행이 꿈꾸듯 이뤄지어는 이 책은, 우리 산 문화의 탐승을 원하는 사람에게 더 없이 좋은 길잡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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