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회파 추리소설의 저력이란 아마 이런 것이리라.스스로가 '나는 사회파 추리소설 작가'라고 정체성을 짓고 작품을 쓰는 것은 아니겠지만악, 범죄가 사회 속에서 구성되고 다뤄지는 양태들을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레 뽑아내는 능력은그 작가만의 오롯한 능력만이 아니라 켜켜이 쌓인 사회파 추리소설의 역사와 그 자장 안에서힘을 발휘하고 <13계단>이라는 걸물이 신인의 손에서 튀어나오는 것이겠지.이 소설의 외피는 '사형수의 목숨을 구하라'이고 그 외피 안에서 긴장을 자아내며이야기는 진행된다(그래서 마지막의 반전은 필요에 의한 반전이라고는 인정하지만 좀 과하다).그렇지만 그 내피에 '인간은 타인을 심판할 수 있는가'라는 묵중한 질문을 깔고각 인물들의 삶에 그 답의 흔적들을 새긴다.그 답들이 어쩌면 구태의연할 수도 있는 것이겠지만 그 구태의연함을 납득시키는 정서,그것이 이 소설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