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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역사편지 2 - 십자군전쟁에서 두번째 밀레니엄까지
박은봉 지음 / 웅진주니어 / 200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쉽고 다정다감한 어체로 아이들에게 다가가기 쉽도록 풀어쓴 책이다. 모든 걸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아이들에게 역사를 객관적으로 보여 주는 일은 매우 중요하고 어려운 일임을 느낀다. 그런데 이 책에서 아쉬운 부분은 특히 종교와 관련된 부분에서 편파적인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이를 테면 기독교와 이슬람교를 비교하면서 그 점이 극명하게 드러나는데 이슬람 제국에 대해서는 '마호메트가 군대를 이끌고 메카를 공격했다... 메카와 메디나, 두 도시를 얻은 마호메트는 멈추지 않고 아라비아 반도 전체를 알라의 이름 아래 통일하기 위해 전쟁을 벌였어. 이슬람교도들은 이를 '지하드(성스러운 전쟁)라 불렀다. 마호메트가 예수나 석가와 달리 직접 칼을 들고 전쟁을 했던 것은 종교와 사상뿐 아니라 정치적 지배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고 있었기 때문'(p158-159)이라고 기술한다. 신의 이름으로 성스러운 전쟁이라 하며 영토 확장 전쟁을 하며 참혹한 전쟁을 기치로 내걸었던 마호메트와 이슬람 제국에 대해서는 부정적 해석 없이 그저 무덤덤하게 기술하고 있고 전쟁을 지휘한 이슬람의 창시자,마호메드에 대해서도 “정치적 지배”의 중요성도 꺠달았던 훌륭한 지도자라서 전쟁을 했던 거라는서술을 하고 있다. 후에 십자군 전쟁을 묘사하며 기독교를 부정적으로 기술하고 있는 대목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그리고는 ' 이슬람교도들은 정복지 주민들을 이슬람교로 개종시키며 급속하게 세력을 확장시켜 유럽인들을 위협했어. 유럽 인들은 이들은 두려워했지. 결국, 이슬람 세계는 기독교를 믿는 유럽 세계와 충돌하게 돼. 그 대표적인 사건이 십자군 전쟁이란다.(p160)'
그러나 이렇게 하여 발생하게 된 십자군 전쟁에 대해서는 이슬람 전쟁의 참혹한 면, 또 성지 예루살렘을 기독교인과 유대인은 성지 순례를 못하도록 금지한 점은 그냥 두고, 기독교만을 상당히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를테면 “세계 역사상 십자군 전쟁처럼 성스러운 이름 뒤에 속된 욕심이 숨어 있었던 전쟁이 없고, 신의 이름을 빌어 약탈과 잔인한 살육이 판친 전쟁은 아마 없을 거야.'라고 하며 십자군 전쟁의 잔혹한 참상만을 꽤 여러 페이지를 할애하여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종교의 이름으로 신을 내세워 전쟁을 한 건 두 종교가 모두 마찬가지 였는데, 이슬람의 전쟁은 성스러운 ‘지하드’라 묵인해 주고 마호메드는 정치의 중요성을 알아서 전쟁을 일으켰던 거라고 두둔하며, 전쟁의 참상에 대해서도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으나, 십자군 전쟁에 대해서는 어떻게 하나님을 내세워 잔인한 전쟁을 할 수 있느냐 하면서 편파적으로 비판되어 있는 점이 아쉬웠다.
어느 전쟁이든 전쟁은 죽고 죽이는 참상이 따르는 것이며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아무 것도 모르고 거의 역사 책을 처음 접하는 아이들에게 특정 종교 옹호 내지는 비난은 좀 아쉬운 부분이다. 또 '신앙의 자유에 대해 이슬람교도들은 기독교도보다 훨씬 너그러웠어' 라고 하며 한손에는 코란, 한손에는 칼을 들고 정복 전쟁을 했던 이슬람교도들은 너그럽게 포용하고 있으나, 기독교에 대해서는 '예수의 정신은 옳았을지 몰라도, 그걸 지키는 기독교인이 얼마나 되겠니'하며 부정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좋은 책이라 평가하고 싶은데, 개인의 종교적 신념에 따른 해석 부분도 가미 되어 있으니 아이에게 읽어 줄 때는 좀 더 객관적으로 보도록 다시 한번 설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