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런팅타임이 짧다. 근작들 중에 굉장히 짧은 영화 였던 '루시'보다도 확연히 짧은 런팅타임을 자랑한다. 개인적으로 루시는 그 런닝타임이 감독의 과욕 중 하나라도 느껴졌었는데, '모라토리움 타마코'는 지루하지 않은 지점에서 좀 더 이야기가 듣고 싶어 질 때, 끝난다. 2시간이 훌쩍 넘는 영화들 뿐인 요즘 이건 '타마코'의 큰 미덕 중 하나라고 생각.
영화는 대학 졸업 후 본가에 귀성중(이라 적고 기생중이라 읽는다)인 타마코가 아빠와 함께 4계절을 보내는 이야기인데, 감독 본인이 모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적은 대로 아무 사건이 없는 영화를 해보고자 했다지만, 주인공에게는 나름의 의미있는 사건들이 발생하고 그 시나리오가 무척 세심하고, 훌륭하다. 4계절을 뒹굴대는 타마코의 마음이 미묘한 계절의 변화와 함께 미묘하게, 하지만 충분하게(!) 전달된다.
촬영과 조명은 가을, 겨울과 봄, 여름이 다른데 양쪽 모두 위화감 없이 서로 조화를 이룬다. 그리고 꽤 심심할 수 있는 공간들만 등장하는데도 불구하고 공간 연출이 무척 뛰어났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연기. 배우들과 감독이 모두 캐릭터를 십분 이해하고 있다고 느꼈다. 개인적으로는 타마코와 아버지 둘의 앙상블이 아주 좋았다.
특히 타마코의 마지막 대사는 시나리오에 화룡점정을 찍는 두고두고 곱씹어 볼 올해의 명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