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텐트 안에서어딘가에 있을 너에게조용히 귀를 기울이지...나는 이 이상한 기분이 좋아"알래스카를 사랑했던 사진작가 호시노 미치오.그가 알래스카 툰드라 곰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곰들의 모습을 찍은 사진을 담은 책입니다.알래스카의 대자연과 야생동물을 담는 것에 인생을 걸었던 그는 1996년 촬영 도중 곰의 습격을 받고 43세로 생을 마감 했습니다. 그만큼 손이 닿을거리에서 곰의 모습을 지켜봤음을 알 수 있습니다.책의 표지를 열자 동화책에서 나온 것 같이 포동한 얼굴로 연둣잎을 입에 물고 있는 이 귀여운 곰이 책의 첫면에 실려있습니다.곰에게는 여러가지 얼굴이 있을텐데, 작가를 죽음으로 몰고 갈만큼 무섭고 사나운 모습도 있을텐데, '이 사랑스러운 곰의 얼굴이 아마도 작가가 곰을 바라본 시선일테지' 생각해봅니다. 사랑하는 이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찾아내는 애정어린 작가의 눈빛이 전해집니다.6월의 포근한 바람을 쐬며 여름풀 무성한 언덕을 걷고 있는 어미곰과 그 뒤를 따르는 두마리 새끼곰.엄마 품속에 안겨서 가만히 있거나 파고드는 모습, 장난치는 새끼곰들과 어딘가 같은 곳을 응시하는 곰들의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듯한 느낌으로 책장을 넘기게 됩니다. 믹픽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연어를 뜯어 먹는 야생의 생생한 곰의 사냥장면과 먹다 남은 고기를 얻어 먹으러 온 바위 가득한 갈매기와 흰머리수리까지 알래스카 여름 강의 생동감을 넓은 시선으로 볼 수 있습니다.책속에는 곰과 작가와의 서사가 담겨있습니다.풀숲에서 시선이 마주쳐 서로 가만히 마주 본 채 어찌할 수 없던 곰과 작가의 난처함이 한장의 사진 속 곰의 표정에서 보여집니다. 그 앞에 서 있던 작가도 곰과 같이 난처한 표정이었겠지요.또 한 날은 블루베리와 크랜베리 가득한 숲에서 아이들을 만났나봅니다. 곰들도 작가도 털썩 주저 앉아 열매를 따먹으며 이따금씩 머리를 들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정도였답니다.이렇게 곰들과의 이야기가 쌓여가니 어떻게 정들지 않을 수 있을까요. 여러 날을 같은 숲에서 밤을 맞으며 눈 앞에 당장 보이진 않아도 그 존재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던 그 밤들을 작가는 무섭지만 이상한 기분. 그 이상한 기분이 좋다고 이야기 합니다.가을을 지나 겨울이 오고 곰들은 겨울잠에 들어가겠지만 작가는 눈 밑에 웅크린 생명의 기척에 끝까지 알래스카에 귀를 기울입니다.『곰아, 언젠가 너를 만나고 싶었어』는 호시노 미치오가 생전에 원고와 사진에 붙은 메모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책입니다.사진을 보고 글을 읽으며 작가가 곰을 사랑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그 애정어린 시선을 따라가다 보니 작가의 마음이 느껴지는 것을 넘어 내가 마치 알래스카의 곰들과 사랑에 빠져버린 것 같습니다. 작가가 어떻게 생을 마감했는지 알고 봐서인지 책속에 꽉~차있는 사랑이 애틋하고 가슴 아프게 다가 오기도 했습니다.인간은 도시에, 곰은 또다른 공간의 자연에 있지만 곰과 인간 사이에 같은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작가는 그 같은 시간 속에 존재하는 곰과 함께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