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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이 아니라 인생을 배우는 중입니다 - 요양보호사가 쓴 요양원 이야기
전계숙 지음 / 책익는마을 / 2020년 12월
평점 :
요양보호사는 나에게 어쩐지 친근한 직업이다. 엄마가 60세 쯤에 뒤늦게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 하셔서 어르신 돌봄을 하셨기 때문이다.
엄마는 케어하시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종종 들려 주시곤 했는데, 들을 때 마다 엄마가 어르신들을 존경하고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은 사라져가는 기억과 기력이 안타깝지만 평생 나름의 삶을 멋지게 살아내신 분들이라는 전재를 꼭 말씀하셨기에 어르신들을 향한 엄마의 마음을 나는 전달 받을 수 있었다.
재미있는 이야기꾼인 엄마가 들려주는 어르신들과의 에피소드를 때로는 박장대소 하며, 때로는 울컥하며 듣곤 했다.
때문에 요양보호사인 전계숙 작가의 에세이를 만났을 때 자연스럽게 엄마를 떠올리며 '읽고 싶다' 라는 생각을 했다.
어떤 인생도 존엄하지 않은 인생은 없습니다. 21년간 중고생에게 논술과외를 하던 작가는 치매이신 어머니를 요양원에서 보내드리고 요양보호사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다. 보호자로서 경험했던 요양원, 요양보호사로서 근무하는 요양원, 어르신들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 애쓰는 요양보호사. 이미 고령사회로 접어든 우리 사회 필수인력으로 그 곳에 있으며 보고 느낀 것들을 썼다. 어르신들과 부대껴 살며 그분들이 보내는 하루하루를 있는 그대로 기록하며 그 가운데 삶의 의미와 존엄을 찾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이 나는 무슨 의미인지 알 것만 같다.
1부 '이것은 왜 인생이 아니란 말인가' 에서는 첫정으로 만난 와상 어르신의 이쁨을 듬뿍 받았던 이야기, 신체의 부상으로 인해 움직이지 못하는 과정을 거쳐 치매에 이르는 이야기, 102세의 어르신이 고요한 밤에 드실 것을 찾는 이야기, 화려했던 과거를 그리워 하시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2부 '돌봄이 아니라 인생을 배우는 중입니다' 에서는 슈퍼모델 ㅇㅇ씨와 정을 나눈 이야기, 실전의 현장에서 이론과 상충하는 현실을 겪은 느낌, 국그릇을 엎고 기저귀를 빼 던지지며 전쟁을 방불케 하는 에피소드, 어르신들과 함께 트위스트를 추며 누리는 인기 등의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삶의 마지막이 경건하도록 돕는 일을 하며 모든 죽음이 '준비된 이별'이 되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을 전달 받을 수 있었다.
3부 '이별을 준비하는 우리의 자세' 에서는 치매 걸린 어머니를 존중하는 아들 보호자를 보며 배움이 생긴 것, 때로는 교만과 군림의 태도로 감정을 손상시키는 보호자에 대한 안타까움, 치매 어르신과 보호자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총 3부로 나누어 요양원에서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작가는 정 많은 우리네 이웃처럼 어머니, 할머니의 이야기의 이야기를 친근하게 풀어 가는데 읽으면서 자꾸만 눈물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