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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 ㅣ 불편한 편의점 1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1년 4월
평점 :
품절
눈에 띄지 않는 청파동 주택가에 자리하고 있는 편의점 "ALWAYS". 장사가 잘 안되는지 물건을 많이 발주 하지는 않는가 보다. 평소에도 물건의 종류며 수량이 많지도 않고 야간에 가면 먹을만한 도시락은 남아 있지도 않다. 도시락을 데우려고 두리번 전자레인지를 찾는데. 없다. 고장나서 수리를 갔나보다. 뭐 이런 《불편한 편의점》이라니.
그런데 추운 날 5,200원으로 참참참(참깨라면, 참치김밥, 참이슬)에 혼술하고 들어가는 외로운 우리네 가장을 위해 온풍기를 준비해서 몸 뿐 아니라 마음을 덥혀주고 술이 아닌 옥수수수염차에 얼음 두 알을 띄워 권하는 덩치 큰 야간 알바가 있는 곳, 남편이고 아들이고 다 내 마음을 몰라주고 세상을 향한 불신과 설움이 가득한 이의 푸념을 들어주고 그 앞에서 눈물 콧물 쏟으며 더듬더듬 어눌한 위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곳, 편의점은 비싸기만 하고 써있는 글자는 뵈지도 않고 동네 구멍가게 처럼 흥정도 할 수 없어 가지 않으시는 할매들에게 1+1, 2+1을 친절하게 설명하여 편의점에서 지식쇼핑하는 개꿀팁을 전수. 무거운 우유니 음료들을 집까지 들어다 드리며 할매들의 쇼핑장소를 바꾸어 놓더니 방학 맞은 손주까지 데려오게 하는 편의점. 본인의 알바시간 보다 몇 시간은 먼저 출근 하고 몇 시간은 늦게 퇴근 하며 편의점 매대에 진열된 물건들의 오와 열을 맞추고 편의점 앞 야외테이블과 주변의 쓰레기며 담배꽁초를 청소하는 야간 알바가 있는 곳. 그의 행동거지에 대해 몇가지만 언급했을 뿐이지만 그가 괜찮은 사람이라 여겨지지 않는가?
불편한 편의점》에는 꽤 괜찮은 사람 같은 야간 알바생 "독고"가 있다. "독고"가 그의 성 인지 이름 인지 혼자 독거를 해서 독고 인건지 아무도 그가 "독고"인 이유를 알지 못한다. 꽤나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그가 어떻게 청파동 주택가의 편의점 "ALWAYS"의 사장인 염여사를 만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는 정말 어떤 사람인지.....첫 만남부터 흥미롭고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더 그의 정체가 궁금해진다.
사장인 염여사도 참 특별한 사람이다. 사실 그는 역사교사 출신으로 정년퇴임 후 연금 만으로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다. 그러나 어찌어찌 시작하게 된 이 편의점이 본인의 수입원이 아니라 이곳에서 알바하며 버는 돈이 한 가정의 생계를 지탱하는 것임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사장님이다.
그런 그에게는 골칫 덩어리 준사기꾼 같은 애물단지 아들놈이 있는데 아들놈은 염여사가 돈도 안되는 이놈의 편의점을 팔아 정리하고 자신이 사업하는데 한 몫 뚝 떼어주기만을 기다리는 아주 한심한 놈팽이다. 편의점 "ALWAYS"가 이대로 망해서 엄마한테 돈을 받아내야 하는데 아주 이상스런 야간알바가 오더니 손님이 늘고 매출이 오른다. '어라? 이러면 안되는건데.... 저 눈엣가시 같은 놈의 정체를 밝혀내서 짤라 버리리라'
이 책에 심금을 울리는 문장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읽으면서 자꾸 울컥하고 마음에 온기가 돈다. 희망이 생기고 인간의 인생을 응원하게 된다. 내 눈동자가 글자를 읽어 내려가는 속도보다 내 마음의 속도가 앞서 내달린다.
266페이지에 달하는 글을 읽는데 소요된 시간은 3시간. 피곤도 졸음도 《불편한 편의점》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궁금증을 이길 수는 없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편의점의 CCTV도 되었다가, 사장인 염여사가 되었다가, 야간 알바 독고가 되었다가, 주간 알바 선숙이 되기도 한다. 그만큼 읽는이의 감정이 온전히 몰입되는 대유잼 소설이다. 이 책을 권해준 독서 친구에게 개꿀잼 존잼을 운운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재미와 감동"이 있으면 흥행작이라 했던가. 상상도 못한 정체 ㄴㅇㄱ "반전의 서사"가 있으면 흥행이라 했던가. 이 책 《불편한 편의점》은 앞에 언급한 그것들과 그 이상이 있다. 나는 추천한다. 아....힐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