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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독립출판 ㅣ 우리, 독립출판 1
북노마드 편집부 엮음 / 북노마드 / 2016년 10월
평점 :
품절
1.
언젠가부터 인스타에 시선을 잡아 끄는 책들이 올라왔다.
『시다발』(엄지용), 『똥5줌』(임소라), 『우리 집에서 자요』(태재), 『꽃 같거나 좆 같거나』(김은비) 등.
그 책들은 달라 보였다.
제목이, 표지가 달랐고, 폰트가, 레이아웃이 달랐다. 기존의 책과는 ‘아무튼
뭔가가’ 달랐다. 달라서 재미있었고, 다르고 매력적이었다.
알고 보니 이 ‘뭔가 다른
책들’의 정체는 “독립출판물”이라고 한다.
저자가 발행인이 되어 직접 만든 책.
“한 개인이 출판사를 거치지 않고 원고 집필,
편집, 디자인, 제작, 유통까지 직접”(10P)한 결과물이라 한다. 『우리, 독립출판』은 이러한
독립출판의 과정부터 결과를 한 데 모아 엮어낸 책이다. 책에는 독립출판물을 펴낸 24명의
작가와, 2그룹이 편집진과 주고 받은 대화가 실려있다.
그 대화는 독립출판의 의미와 가치,
작업 과정 등을 질문하고 대답한 기록이다. 따라서 이 책을 읽는 독자는 “독립출판”이라는 확장된 책의 세계, 업데이트된 출판의 지도를 접할 수
있다.
2.
책은 오랫동안 전형적인 이미지를 가졌다.
실용적인 정보를 전달하거나 전문적인 지식을
알려주거나.
학술적, 예술적 가치를 기록하거나
문학적, 인간적 감동을 주어 독자의 마음을 울리거나.
그래서 그런지 대부분의 책들은 특유의 문어체 어투로, 지나치게 바르고 고운 말만을 건네 왔다.
하지만 독립출판물은 이러한 기성출판물에 비해 더 친근한 구석이 있다.
기성출판물이 공적인 자리에서,
사회적인 가면을 쓰고, 예의 바르게 말을 건네온다면
독립출판물은 사적인 자리에서, 가면을 벗어 던지고, 솔직한 말을 건네온다.
재미있었던 일, 좋아하는
것, 잊을 수 없는 순간,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
등.
독립출판물은 작가-독자 간의
공감을 목표로 소소하고 내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218P)한다.
3.
세
부류의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첫째, “자기만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의 많은 작가들이 자신의 생각과 느낌, 감정을 기록하고 싶어서 직접 책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소위 말하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 유명한 사람, 한 분야의 권위자여야 저자가 될 수 있다는 편견에 금이 갔다.
“자기 목소리를 내고 싶다는 바람”이 있고,
“희망을 실현시킬 노력”을 한다면 “누구나
저자가 될 수 있”다. 『우리, 독립출판』에 실린 각 작가들의 제작-입고-유통, 편집-디자인-인쇄에 대한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람”에게.
수많은 사람들이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 괴로워한다. 해야 하는 일 따윈 때려 치고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고 싶다.
그런데 “독립출판물을 만드는 사람(=자기가
하고 싶어서 직접 책까지 내는 사람)이라면 왠지 하고 싶은 대로 사는 것 같다. 하지만 오히려, 등장하는 작가들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을 더 열심히 하고, 심지어 해야 하는 일을 완벽하게(144P)
한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에 대한 작가들의 경험과 원칙은 독자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준다.
셋째, “아프게 이십 대와 삼십 대를 지나는 사람”에게.
책의 여러 질문 가운데 “작가님의 이십 대는 어땠나요? 지금 우리는 어떤 세상을 살고 있는 걸까요?”라는 질문이 눈에
박혔다. 이십 대 후반을 지나며 삼십 대를 향해 가고 있는 나의 이야기들이 펼쳐졌다. 나와 같은 세상을 살고 있는 같은 세대의 비슷한 문제의식,
불안, 고통, 기쁨, 추억을 발견했다. 책을 통해 아픔과 행복에 대한 느낌을
공유했고, 위안을 얻었다. 그 중에는 직춘기(사춘기 직장인), 번아웃
증후군, 사회초년생의 우울함과 무력감, 평균치의 삶을 위한 발버둥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같은 상황을 겪고 있는 같은 세대들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