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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비의 하루 - 권력 아래 가려진 왕비들의 역사 ㅣ 하루 시리즈
이한우 지음 / 김영사 / 2014년 10월
평점 :
1.
예전에 <천황의 하루>라는 책을 서평단 활동으로 받아서 읽었던 경험이 있다. 일본이라는 나라에 관심도 많고 또 알고 싶은 것도 많았던터라 그 책이 굉장히 흥미로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이번에 받은 <왕비의 하루>는 때마침 역사를 공부하고 있는 나에게 매우 유익하고도 또 <천황의 하루>와는 조금 다른 마음으로 더 애착이 갔던 책이었다.
2.
이 책이 읽기 편했던 것이 이야기의 시작마다 1인칭 시점으로 본인의 입으로 그 상황과 감정을 이야기하듯이 서술되어 있다는 것이다. 글쓴이가 그냥 그 시대적 상황을 설명만 했더라면 마치 사료를 읽는 기분이 들었을텐데, 이 부부분을 적절하게 해결한 것 같다.
그리고 내가 그냥 텍스트로 이름과 역사적 의의들만 살폈던 왕들의 생활모습과, 그리고 그리 잘 조명되지 않았던 왕비들의 생활상을 면밀히 볼 수 있어 새로운 방향의 역사 접근이었따. 그리고 무엇보다 당시 사상적 지침에 따른 왕들의 행적을 살펴보니, 왜 성종이 실패한 결혼생활을 했는지, 폐비윤씨가 어째서 국모의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었는지, 사화가 많았던 연산군 시절에 갑자사화의 준비가 바로 아버지인 성종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 역사적 흐름이 마치 하나의 이야기로 잘 정리되어 머리 속에 각인되는 느낌이었다.
내가 역사를 공부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이 문화재였다. 분명 시대를 반영하는 그 특이점이 있는데 잘 매치가 되지 않을뿐더러 이름조차 너무 길고 어려워서 외우기가 쉽지 않았다. 그도 그런것이 같은 조선이라지만 불교를 숭상하던 시대가 있는 반면에 불교를 억제하고 유교를 높히던 때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무언가 뒤죽박죽 섞인 조선이 역사가 문화재 역시 그 모습이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다시한번 그 문화재도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세조때 만들어진 원각사지십층석탑은 대표적인 불교 석탑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높이가 매우 높고 장식 조각이 많아 화려하기도 하면서 보기에도 풍부하다. 세조가 불교를 숭상하고 원각사를 창건할 만큼 불교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음을 알 수 있다.
역사적 인물을 보다보면, 대비가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대비도 권력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가 있는데 그 남편이 상왕으로 살아 있거나 혹은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이 생전에 파워가 없었다면 대비가 된다 하더라도 힘을 발휘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정치판에서 여성의 권력도 남성에 따라 결정짓게 되는 것 같아 뭔가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명성왕후'에 대해 이야기를 안 할수가 없는데 명성왕후는 매우 총명한 여인이었다고 한다. 수완이 능란한 민비는 입궁한 지 몇 년이 지나 왕실 정치에 관여하기 시작했고 그 총명함과 면모로 평생동안 시아버지와 정치적으로 대립했다. 그리고 민비가 대원군과 사이가 갈라지게 된 배경이 있는데 궁녀 이씨의 몸에서 태어난 왕자 완화군에 대한 대원군의 편애와 세자 책립 공작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실질적인 배경에는 민씨를 중심으로 한 노론 세력과 새로 들어온 남인과 일부 북인으로 중심으로 한 세력 간의 정치적 갈등이었다. 민씨는 온갖방법으로 대원군이 정권에서 물너나도록 공격했다.
우리나라에서 명성왕후가 조선의 국모로 위엄이 넘치고 또한 자존심이 강한 여자로 하나의 여성으로 대표되는 캐릭터로 많이 그려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바라본 명성왕후의 모습은 달랐다. 외척이 쳐들어 올때마다 자국의 힘으로 해결하지 않고 항상 청나라에 도움을 요청했고 그로 인해 다른나라가 우리나라를 섭정하고 주둔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물론 나라의 힘이 약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할지라고 본인이 을미사변으로 인해 시해되는 그 사건은 결국 본인이 만들어낸 비극이 아닌가 싶다. 또다른 생각으로는 나라의 힘이 약해 의지할 수 밖에 없었던 그 실정이 안타깝기도 했다.
그리고 이 모든 역사가 어쩌면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모습과 유사하지 않을까? 본인의 세력을 유지하기 위해, 그리고 국민의 눈가림을 위해 오직 보여지는 정치적 쇼, 협상이 알게 모르게 진행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의 현 우리사회에 이점이 될 수 있을지 간파하는 것이 바로 우리의 몫일 것이다. 신채호 선생께서 하신 말씀처럼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는 없다" 과거의 그 잘못된 과오를 오늘 날 반복되지 않기 위해선 우리의 과거를 배우고 또 익히고 그 곳에서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