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셉션>을 보고 꿈과 꿈 속, 꿈과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과학의 성과를 보고, 환상과 과학이 결합한 진짜 환상적이고 멋진 영화라고 생각했다.
무의식과 의식, 현실과 꿈의 경계를 과학으로 나눌 수 있을까. 과학이나 수학, 의학과 같은 기술로 상상과 꿈, 이상의 영역인 꿈과 환상 속을 거닐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이렇게 이뤄질 수도 있구나 어렴풋하게 알게 되어 호기심이 이는 소설이었다.
처음에는 의아했다. 센싱이나 SC라는 단어도 좀 낯설었다.
그러다 '이 미스테리가 대단하다' 라는 상에 만장일치로 당선되었다는 말에 경계심과 호기심을 풀고 소설을 정신없이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가즈 아쓰미는 남동생 고이치와 함께 외할아버지가 있는 바닷가 섬마을에 갔던 꿈을 자주 꾼다. 거기서 남동생이 사고를 당하고, 얼마 뒤 엄마와 아빠는 이혼을 하고 엄마와 살아오다, 엄마마저 돌아가신 뒤 작업실이 딸린 집에 혼자 살아가면서, 만화가로 데뷔해 일을 한다.
만화잡지 담당 기자, 그리고 만화가 어시스턴트, 팬이라고 하는 사람과 접촉할 뿐 외부와는 거의 연락을 닫고 지낸다.
그러던 어느날, 늘 혼수상태인 동생과 센싱을 통해 무의식과 환상의 영역에서 교감을 하며 병원을 오가는데, 꿈과 환상, 현실과 상상이 뒤섞이기 시작한다.
아즈미의 집은 아즈미의 무의식과 닮았다. 아랫층과 윗층. 작업실과 생활공간은, 현실과 상상이 나눠져있지만 계단이라는 통로를 통해 둘이 통하고 있는 것, 두 공간은 개인생활과 일이라는 두 가지 범주로 나눠져있지만 같은 집이기에 나눠져 있지만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것은 현실과 상상, 외부세계의 아즈미와 내면의 아즈미, 그리고 동생과 자신, 영혼과 육체라는, 둘이면서도 결코 둘일 수 없는 두 가지를 상징한다.
누구나 그 두 가지를 함께 갖고 살아간다. 둘로 나눌 수는 없지만 항상 나뉘어 있는, 그리고 자신이 몸담고 있는 현대 사회라는 곳은, 늘 꿈과 환상을 이야기하고 팔아먹으면서도 현실과 육체라는 범주 안에 자신을 가둬두라고 명령하는게 아닐까.
누구나 이 것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가.
아즈미처럼, 자신이 그 뒤섞인 곳을 살아가면서 자신마저 잃을 것 같은 위기가 닥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 속에서 어릴적 추억과 아픈 과거를 켜켜이 기억하며 결코 그 기억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은 아즈미라는 인물 뿐은 아닐것이다. 고이치마저도.
죽음과 삶마저 뛰어넘은 아즈미는 현실에서 상상의 저편으로 간 게 아니라, 둘의 연결고리를 뛰어넘은 제3의 환상세계로 이동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구절이 인상깊었다.
"추억이 있는 곳에 안가는게 제일이야. 마음속 풍경은 현실과 만나는 순간 빛을 잃게 돼."
그 감동은 또 이 현실을 살아가게 만드는 힘이기도 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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