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 아라로아, 나에게로 - 광활하고 눈부신 뉴질랜드 3000킬로미터, 혼자 걸은 아홉 달의 기록
나오미 아널드 지음, 신정은 옮김 / 그림나무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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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단 책 리뷰 🤍(협찬, 도서제공)


[ 테 아라로아, 나에게로 ]


💚 저자 - 나오미 아널드 / 옮김 - 신정은
💚 출판 - 그림나무


하고 싶은 일을 오래 미뤄두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정말 하고 싶은 게 맞는지 나 자신에게 묻게 된다.
지금은 시간이 없어서, 아직 준비가 덜 되어서.
이유는 늘 있고 틀린 말도 아니지만, 여유가 생기기만
기다리다가는 언제 시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테 아라로아는 마오리어로 ‘긴 길’을 뜻한다.
뉴질랜드의 남섬과 북섬을 잇는 3,000킬로미터가
넘는 길이다. 나오미 아널드는 오랫동안 마음에 두었던
이 길을 걷기 위해 배낭을 멘다. 남쪽 블러프에서 출발해
북쪽 케이프 레잉가에 이르기까지, 여정은 처음
예상했던 시간을 훌쩍 넘겨 8개월 23일 동안 이어진다.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나는 이렇게까지 걸을
수 있을까’였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걷는 모습을
떠올리기에는 그녀가 겪는 하루하루가 너무 고됐다.
다리가 깊이 빠지는 진흙탕, 몸을 가누기 힘든 바람,
계속되는 통증과 허기. 숲을 향해 화를 내고 울다가도
결국 다시 발을 옮긴다. 읽는 나까지 막막해지다가도,
다음 날에는 또 어떻게 걸어갈지 궁금해졌다.

📖 자기가 두려워하는 만큼 짐을 챙긴다고 한다. p/40


먹을 것이 부족할까 봐 무거운 식량을 짊어진 그녀를
보면서, 나도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걱정을 너무 많이
하는 건 아닐까 싶었다. 필요한 준비와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염려하는 마음을 구분하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잘하고 싶어서 준비했는데, 시작하기도 전에 지쳐버릴
때가 있으니까.


같은 길을 걷는 사람들의 방식이 저마다 다르다는
점도 좋았다. 모든 구간을 빠짐없이 걷는 사람도 있고,
일부 구간을 건너뛰거나 순서를 바꾸는 사람도 있다.
각자의 사정과 기준이 있고, 그곳에서는 다른 사람이
어떻게 걷는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꼭 남들이 걷는
만큼 걷거나 같은 방식으로 해내지 않아도 된다는 게 나는 좋았다.


그녀는 혼자 걸었지만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았다.
음식을 나눠주고 쉴 곳을 내어주는 낯선 사람들, 멀리서
그녀의 위치와 날씨를 살피는 가족이 있었다. 도움을
받으면서도 폐를 끼치는 것 같아 불편해하던 마음이
이해됐다.


📖 그래, 자신을 잘 돌봐야 하는 게 맞아.
그래야 나중에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으니까. p/328


내가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해줄 때는 기꺼이 하면서도,
막상 받는 입장이 되면 부담부터 느낄 때가 있다.
상대도 나와 같은 마음으로 건넸을 수 있는데 말이다.
그녀가 조금씩 호의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며,
고마운 마음으로 잘 받는 것도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저자는 처음부터 자신을 찾거나 인생을 바꾸겠다는
거창한 이유로 떠난 것이 아니었다. 오래전부터 해보고 싶었고,
자신이 해낼 수 있는지 궁금했을 뿐이다. 처음부터 큰 의미를
붙이지 않았다는 점이 좋았다. 걷는 동안에는 잘 몰랐던
변화를 집에 돌아온 뒤에야 알아차리는 것도 이해가 됐다.
무언가를 겪는 중에는 하루하루를 보내느라 내 마음까지
살필 여유가 없기도 하니까.


이 책이 좋았던 건 힘든 순간을 아름답게만 말하지 않아서다.
화가 나면 화가 난다고, 외로우면 외롭다고 이야기한다.
읽다가 그만 쉬어도 되지 않을까 싶을 만큼 고집스러운
모습도 있다. 그래서 여정을 마친 뒤 느끼는 만족감이 이해됐다.
내가 하기로 마음먹은 일을 끝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한
기분은 어떨까. 나도 한번 느껴보고 싶었다.


당장 뉴질랜드로 떠날 수는 없겠지만, 오래 하고 싶었던
일을 계속 미뤄두고 싶지는 않아졌다. 해보고 싶다는 생각만
하며 보낸 시간이 꽤 된다. 그 일을 하고 나서 무엇이
달라질지는 모르겠지만, 궁금하다면 일단 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 걷기와 여행 에세이를 좋아하는 사람
👍 오래 미뤄둔 도전이 있는 사람
👍 무엇이든 혼자 감당하려다 지친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이 서평은 그림나무(@grimm.namu )출판으로부터
도서를 협찬(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다시 해보고 싶은 의지를 일깨워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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