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외가 갑자기 피곤한 표정을 지으며 몸을 일으켰다.
"당신 말이 옳아요, 랑베르, 절대적으로 옳아요. 당신이 지금 하려는 일을 나는 결코 막지 않을 거예요. 당신이 하려는 일은 내가 봐도 정당하고 좋은 일이니까요. 하지만 이것만은 말해주고 싶어요. 이 모든 것은 영웅주의와는 아무 상관이 없어요. 이건 성실성의 문제예요. 비웃을지 모르지만, 페스트와 싸우는 유일한 방법은 성실성입니다."
"성실성이 대체 뭔가요?" 랑베르가 갑자기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일반적인 의미에서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나를 예로 들면, 성실성은 내 직분을 완수하는 거예요." - P194
나는 우리 모두가 페스트 속에 놓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것 때문에 계속 부끄러웠어요. 마음의 평화를 잃어버리고 만 거죠. 나는 그 평화를 되찾으려고 지금도 여전히 애쓰고 있어요. 모든 사람을 이해하고 그 누구와도 철천지원수가 되지 않으려고 애쓰는 거죠. 내가 아는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페스트 환자가 되지 않으려면 할 일은 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렇게 할 때 비로소 평화를 기대할 수 있어요. 평화가 불가능하다 해도 적어도 떳떳한 죽음을 기대할 수는 있겠죠. 인간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그거예요. 비록 인간을 구원하지는 못하더라도, 그렇게 함으로써 가능한 한 인간들에게 해를 끼치지않고 때로는 약간의 선까지 행할 수 있으니까요. - P294
사람은 저마다 자신속에 페스트를 지니고 있다는 거예요. 왜냐하면 이 세상 그 누구도 페스트 앞에서 무사하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자칫 방심한 순간에 남의 얼굴에 입김을 뿜어서 전염시키지 않도록 끊임없이 조심해야 한다는것도 알고 있어요. 병균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그 외의 것들, 이렇게 말해도 괜찮다면 건강, 청렴결백함, 순결함 등은 의지의 소산이에요. 결코 중단되어서는 안 될 의지 말이에요. 정직한 사람, 거의 아무도 감염시키지 않는 사람이란 가능한 한 방심하지 않는 사람을 뜻해요. 절대 방심하지 않기 위해서는 그만한 의지와 긴장이 필요한 법이죠!
그래요, 리외 페스트 환자가 되는 것은 피곤한 일이지만, 페스트 환자가되지 않으려는 것은 더욱 피곤한 일이에요. 그래서 모든 사람이 피곤해 보이는 거예요. 오늘날에는 누구나 어느 정도는 페스트 환자거든요. 그리고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몇몇 사람들이 페스트 환자 상태에서 벗어나려고 하면서 죽음이 아니면 빠져나갈 수 없는 극도의 피로감을 느끼는 거고요. - P294
내가 관심 있는 것은 인간이 되는 것이에요. - P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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