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오도어 아도르노가 말했듯이

‘고통에 목소리를 빌려준다‘ 는 것이 고통받는 이들이 내는 ‘진실‘의 목소리를 지우는 것이어서는 안된다. - P14

빈곤은 예방 가능한 ‘사회적 해악social harm‘이다. - P13

빈곤의 개념을 잡을 때 개인이 가진 물질적 자원, 특히 소득 수준에 주목하는지, 아니면 생활수준과 사회 활동이라는 측면에서 그 사람이 실제로 영위하는 삶의 수준에 주목하는지에 따라 정의도 달아진다는 것이다. 스테인 링엔이 말했듯이 ..(중략)..이후에 살펴볼 타운센드(피터 타운센드)도 그랬다. 그러니 링엔이 이 두 방식을결합해 ‘자원이 불충분하여 박탈 상태로 살아간다는 의미에서 저생활수준low standard of living‘을 빈곤으로 정의한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간단히 말해, 누군가 ‘저생활수준과 저소득으로 사는 경우‘에 그 사람은 ‘빈민‘이라는 것이다.
토니 앳킨슨은 링엔과 비슷하지만 더 근본적으로, 빈곤 정의를생활수준에 주목하는 방식과 시민으로서 ‘최소한의 자원을 누릴 권리‘ 에 주목하는 방식으로 각각 구별한다. 생활수준을 고려하는 방식은 여러 문헌에서 흔히 나타나며, 실증연구empirical research의 기준으로 쓰인다. 최소한의 자원을 누릴 권리에 주목하는 방식은 소득 척도상 빈곤여부를 가르는 특정 지점을 설정하는 방식, 또는 사회부조제도에서 규정하는 소득 수준을 바탕으로 빈곤을 측정하는 방식에 암묵적으로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권리가 빈곤 정의에 명시되는 경우는 흔치 않지만 전반적인 빈곤 개념화에서는 하나의 구성 요소로 가치가 있다. 우리가 ‘시민으로서‘, ‘적극적인 자유를 보장받는 차원에서 사회참여의 전제 조건이라고 볼 만한‘, ‘자기 몫의 최저 소득을 배분받을 자격이 있다‘ 는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이처럼 빈곤을 인권과 시민권의 부정으로 개념화하는 경향이 점차 늘고 있다. - P31

센(아마르티아 센)에 따르면 돈은 어떤 목적을 위한 수단일 뿐이며, 돈으로 사는 재화와 서비스 또는 ‘상품‘은 기능화를 달성하는 특정한 방법에 불과하다. 기능화를 달성하는 데 돈이 어떤 약할을 하는지는 사회마다 다를 것이다. 사회에서 어떤 재화와 서비스가 얼마만큼 상품화되느냐(즉 돈으로 교환되는냐)에 따라 돈의 쓰임이 달랒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기에 개인이 역량과 기능화를 위해서 돈을 사용하는 방식도 영향을 미친다. 연령, 성별, 임신 여부, 건강, 장애 또는 대사율과 신체치수까지, 개인적 필요의 수준과 속성을 좌우할 수 있는 다양한 요소에 따라 역량·기능화와 돈의 관계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어떤 장애인이 비장애인보다 소득 수준이 더 높다고 해도 그 사람이 기능할 수 있는 역량은 비장애인보다 낮을 수 있다. 비슷한 수준의 기능화를 이루는 데에 필요한 것이 비장애인보다 더 많고, 이런 필요를 채우는 데에 추가 비용이 들기때문이다. 그러므로 빈곤을 소득과 실질 생활수준이 아니라 "최소한으로 용인 가능한 [생활]수준에 도달할 기본 역량의 상실"이라는 측면에서 정의해야 한다는 것이 센의 주장이다. p33-34 - P34

아래는 존 바이트윌슨이 인간의 필요에 담긴 사회적·심리적 측면을 강조하며 내린정의다.

[인간의 필요란] 한 사람이 자기가 속한 사회에 온전히, 자발적으로, 충분히 참여하는 성인으로서 장기간에 걸쳐 생산, 유지 관리, 재생산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무형 자원 및 물질적 자원 전반을가리킨다.] … 물질적 자원으로 신체를 지탱할 수는 있지만, 인간성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사회적·심리적 자원이 필요하다.

또 다른 글에서 바이트윌슨은 ‘존엄을 확보하고 유지하며, 자기가 속한 사회에서 존중받을 만하고 인정받는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을부여한다는 면에서‘ 이러한 자원이 정당성을 갖는다고 정의한다. 사회참여를 통해 사회적 필요를 채우지 못하면 수치를 당하고 그로 인해 고통을 겪는다는 사실이 여러 사회에서 확인되었다. - P44

필요의 본질을 설명한 내용을 보면 타운센드는 확실히 필요가사회적으로 형성된다는 관점을 지닌 쪽이다. 인간은 신체적인 동시에 사회적인 존재로서, 우리의 필요에는 생리적 필요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기대와 책임, 그리고 법제도적 원칙이 반영된다. - P45

타운센드의 주장에 담긴 또 하나의 요소는 영양과 같은 생리적필요조차도 사회적·역사적·문화적 맥락과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섭취하는 음식의 양과 비용은 사람들이 수행하는 사회적 역할과 보편적인 식생활 관습뿐 아니라 생산 및 유통 접근성에 따라 그 사회에서 확보할 수 있는 음식의 종류에도 좌우된다. 간단히 말해음식은 어떤 사회에서든 ‘사회화‘된다. ..… 식생활에서 최소한의 필요를 충족할 비용을 산정하는 일은 어느 사회에서나 한 사람에게 부여되는 모든 역할, 참여해야 하는 관계, 관습을 이행하는 데 드는 비용을 산정하는 일만큼이나 어려운 문제다.

필요는 물직적이면서 심리사회적이다. - P47

도열과 고프는 기본적인 인간의 필요가 "성공적으로 사회적 삶에 참여하기 위한... 보편적인 전제 조건"이므로 인간의 필요를 보편적인 것으로 개념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전제 조건이란 (사회에 참여하기에 충분한) ‘신체적 건강‘과 ‘행위주체성을 자율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상태‘ 또는 ‘무엇을 해야 하며 그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선택할 역량‘을 가리킨다. - P55

EU의 빈곤 ‘해설서‘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사회적 배제는 사람을 사회의 가장자리로 몰아가는 과정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하는 개념이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자원과 기회에 접근하기 어렵고 평범한 사회적·문화적 삶에 참여할 수 없어 소외되고 무력하고 차별받는다고 느끼게 된다. - P59

‘절대‘와 ‘상대‘라는 개념은 단순히 빈곤을 서술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서로 대립하는 정치적 입장을 나타내기도 한다. 절대주의적 정의는 전통적으로 정치적 ‘우파‘와 관련이 있고, 상대주의적 정의는 ‘좌파‘와 관련이 있다. 데이비드 그린이 주장하듯이, "빈곤을 정의하는 저자의 태도에서 인간의 조건에 대한 저자의 근본적인 전제, 그리고 그 사람이 선호하는 정부의 역할이 나타난다." 빈곤을 절대주의적 개념으로 협소하게 정의할 경우에는 사회적 필요와 의무 및 사회 전반이 당연시하는 생활 수준을 고려한 정의에 따를 때에 비해서 빈곤 퇴치 정책에 수반되는 정부의 역할과 자원이 상당히 제한된다. p62-63 - P63

개인주의적 관점에서는 빈곤의 주된 책임을 ‘빈민‘에게 지우는 반면, 구조적 관점에서는 전 지구적 수준에서 지역적 수준에 이르기까지 경제적·사회적·정치적 구조와 그 과정이 빈곤을 유발하고 영속시키는 방식을 지적한다. 이러한 해석과 정의(와 이를 바탕으로 하는 측정), 그리고 전반적인 개념화가 한데 결합해 ‘빈곤‘이라는 현상에 대한 정책적 대응을 형성한다. - P64

"사려 깊은 부유층이 빈곤 문제(불평등)라고 부르는 것을,
사려 깊은 빈민층은 부의 문제(불평등)라고 부른다"_R. H. 토니 - P87

부당할 정도의 불평등은 필연적인 결과라 할 수 없다. - P88

여성 빈곤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노동시장과 복지서비스,
생활 보조 제도를 조합하여 [여성] 노동시장 및 국가로부터 적정한 독립 소득을 확보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정책을 수립하는 동시에 성별화된 노동 분업에 맞서는 행동을 취해야 한다. 독립 소득을 확보하면 자율적으로 가구를 구성할 능력이 생길뿐 아니라 동반자 관계에서의 경제적 지위도 강화된다. 이러한 조건은 가정 폭력과 학대를 겪는 경우에 특히 중요하다. - P99

인종주의는 빈곤을 구조적으로 분석하지 않고 개인적인 ‘복지 의존‘으로 연결 지어 흑인에 대한 고정관념과 낙인 형성에 일조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복지‘와 흑인을 인종주의적으로 연결 지어 ‘복지‘ 수급자에게 낙인을 찍을 수도 있다. 이러한 이중과정은 미국에서 가장 뚜렷이 나타난다. 미국에서는 "빈곤을 인종화하는 것이 빈민을 정치적으로 비합법화하고 진압하는 데 핵심적인 요소로 쓰"였고, 그리하여 근원에 깔린 부의 불평등은 가려졌다. - P101

흑인 하층민 관념은 기존의 인종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데 기여했을 뿐 아니라 도심 지역 흑인을 비인간화하고 온갖 사회적 해악의 원인을 그들에게 돌리게 했다. - P102

장애인이 노동시장에서 불리한 지위에 처하는 것은 개인의 역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작업 공간과 대중교통 구조를 적절히 조정하지 못한다든지 하는 제도적이고 환경적인 차별 때문이다. 빈곤은 그런 제도적 차별이 빚어내는 결과 중 하나다. 장애와 성별 부정의가 교차하는 상태에 놓인 장애여성은 "장애 남성 및 비장애 남성과 여성보다 경제적으로 더 어려운" 처지에 놓일 가능성이 더 높다. - P105

계층과 ‘인종‘은 어린이 빈곤의중요한 결정요인인데, 그럼에도 영국에서는 어린이 빈곤의 인종적 유형화, 그리고 ‘집시‘ 등 소수 유랑인 집단, 난민, 망명 신청자 집단에 속하는 어린이 특유의 취약성이 지나치게 간과되곤 한다. - P107

어린이 권리라는 관점에서 "어린이에게 정말로 중요한 것은 유년기의 행복이다." - P108

요컨대 열악한 물리적·사회적 환경은 개인에게 빈곤이 미치는 영향을 증폭하고, "저소득 생활을 더욱 고통스럽게만든다. " - P111

빈곤이 지리, 불평등, 사회적 범주, 생애에 따라 형성되는 방식을 이해하면, 빈곤의 바탕을 이루는 구조적인 유발 요인과 다양한 빈곤 경험이 눈앞에 드러난다. 이는 곧, 빈곤 퇴치 정책은 빈곤의 밑바탕을 이루면서 교차하는 불평등 문제에 대응하고, 성별, ‘인종‘, 장애를 아우르는 평등 및 반차별 전략을 담아야 한다는 뜻이다. 빈곤 경험에 있어서 장소가 갖는 중요성을 감안해 구역에 기반한 정책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있다. 그러나 이렇게 접근할 경우 해당 구역에 대한 낙인찍기가 강화될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하고, 이런 정책을 빈곤의 전반적인 구조적 원인에 대응하는 거시적인 정책의 대체재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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