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와 죄악을 키워 갔던 우리들의 삶은 아마도 ‘참혹한 불행‘이라는 문장으로 압축될 수 있을 터다! 사람들은 이렇게 요약된 한 문장만으로 타인의 인생을 판단한다. 본인은 온갖 유혹을 물리친 현명하고 덕을 갖춘 정복자라 느끼면서 간결한 한마디로 누군가를 판단하고 상대방의 경험을 전형적인 몇 마디 말로 떠들어 댄다. 칠년이라는 끔찍한 시간 동안 이어진 차가운 실망, 머리와 가슴의 두근거림, 헛되고 덧없는 싸움, 후회와 절망의 순간들을 차마 다 헤아릴 수가 없다. 그런데도 한 사람의 입술을 통해서 너무나 쉽게 요약되고 마는 것이다. 결국우리는 단어를 의미가 아닌 기계적인 암기로 체득한다. 의미를 알기 위해선 우리의 생명인 피를 지불해야 하며, 우리 신경의 미세한 조직에까지 아로새겨야 한다. - P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