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론에 의해 독립적인 존재로 분절된 자아와 세계는 각각 주체로서의 ‘인간‘과 대상으로서의 ‘자연‘으로 기능했다. 인간은 세상의 주인으로서 물질적 자연을 분석하며 이것의 기능과 원리를 빠르게 발견해냈다. 이에 더해 세계 자체도 둘로 나뉘었다. 문명의 상징이자 계몽의 주체로서의 ‘서양‘과 야만의 상징이자 계몽의 대상으로서의 ‘동양‘으로 이분화되었다. 이것은 유럽 제국주의의 아시아 침략을 정당화함으로써 서구에 의한 착취와 이에 따른 풍요를 합리화했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측면은 다만 주체의 관점일 뿐, 대상으로 규정된 존재의 억압과 폭력은 은폐되었다. 이것이 이원론의 부정적인 면이다. 산업화를 거치며 자연은 파괴되었고, 식민지 동양은 유린되었으며 여성은 오랜 시간 억압받았고, 이성에 대비되는 감정과 욕망과 몸은 불결한 것으로 낙인찍혀 교화와 교정의 대상이 되었다. 너무나 오랜 시간 동안 서구 사회는 세계 절반의 고통에 무관심했다. - P433
나의 세계 바깥은 내가 상상하는 세계가 아니다. 단단하고 안정적이며 총천연색으로 빛나는 이 아름다운 눈앞의 세계는 세계의 실체가 아니라 나의 의식 능력이 만들어낸내 의식 안의 세계다. 그러므로 나의 세계는 내가 눈뜬 것과 동시에 생성되어 내가 눈 감는 동시에 소멸한다. 나와 세계는 분리되지 않는다. 나는 내 안을 보는 자다. 우파니샤드의 범아일여, 노자의 도와 덕, 불교의 일체유심조, 칸트의 관념론. 인류의 오랜 역사 속에서 탄생한 위대한 스승들은 궁극에서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 P4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