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바이러스와 병원균이 불타겠지만, 곧 그 불은 종파주의와 낡은 사상으로 옮겨붙을 것이고, 종내에는 서너 줄의 시구를 얻기 위해 공들여 문장을 고치는 시인이, 맥고모자를 쓰고 맥주를 마시고 짠물 냄새 나는 바닷가를 홀로 걸어가도 좋을 밤이, 높은 시름이 있고 높은 슬픔이 있는 외로운 사람을 위한 마음이 불타오를 것이다. 그렇게 한번 불타고 나면, 불타기 전의 세상으로는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이제, 우리 모두는 그렇게 1958년 12월의 해가 저물었다. - P165
다섯번째 세기는 지금도 이 땅 위에서 존속되고 있다. 낮이나 밤이나 할 것 없이 슬픔과 고된 노동은 끊임없이 사람들을 멸망케 한다. 신들은 사람들에게 괴로운 시름을 보낸다. 사실 신들은 악에 선을 섞어놓았지만 그러나 역시 악이 더 많아서 그 어디서나 이 악이 판을 치는 것이다. 아이들은 어버이들을 공경할줄 모르며 벗은 벗에게 신의가 없다. 길손은 환대를 만나지 못하며 형제들 사이에는 사랑을 볼 수 없다. 사람들은 한번 맹세한 것을 지키지 않으며 진실과 선행을 높이 치지 않는다. 사람들은 서로서로 성시를 무너뜨린다. 그 어디서나 폭력이 지배하며 교만과 힘이 높이 쳐진다. 양심과 공평한 심판의 여신들은사람들을 버리고 말았다. 이 여신들은 하얀 옷을 입고 불사신인 신들을 향하여 높고 높은 올림포스로 날아 올라가고 사람들에게는 견디기 거북한 불행만이 남았다. 이리하여 사람들에게는악을 막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이 되었다. - P1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