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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나 읽을걸 - 고전 속에 박제된 그녀들과 너무나 주관적인 수다를 떠는 시간
유즈키 아사코 지음, 박제이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2월
평점 :
품절
잠이 오지 않는 밤,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면서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고 난 후 꼭 후회하는 사람들을 위해 유즈키 아사코가 소개해주는 친구들이란
소개글에 나의 눈동자가 동그래졌다.
『책이나 읽을걸』 후회 섞인 이 제목이 내심 마음 한쪽을 쿡쿡 찔렀다.
잠자기 전 꽤 많은 시간을 스마트폰과 함께 하고 있던 내가 그래!! 자기 전에 무조건 책을 읽자 결심하는 순간이었다.
가끔 이 책과 같이 여러 소설들을 나누어서 소개하거나 이야기하는 책들을 읽곤 했는데,
등장하는 책을 읽지 않으면 별로 재미가 없었다.
차례를 읽는 순간, 아 역시..... 고전의 그녀들을 소개하는 책들이 너무 줄줄이 늘어져 있다.
고개를 기우뚱하며 읽은 책을 하나하나 세어 나가자 좌절감이 몰려왔다.
오마이갓!! 읽은 책이 생각보다 너무 없다.
내가 이토록 고전문학에 눈길을 안 줬던가....
어쨌거나 잠자기 전 새벽이니 나는 용기 내어 책장을 넘겼다.
그리고 깨달았다. 유즈카 아사코는 좋은 글쟁이구나,,,
그녀는 생각했던 취지대로 내용보다는 책 속 여주인공들의 캐릭터에 집중했고,
한 책당 한두 페이지에 그녀들을 소개하고 대화했다.
결론은 재미있다.
책 속 그녀들은 다양한 삶을 살아내고 있었다.
바보처럼 순종적으로, 뻔뻔한 악녀로, 본능에 충실한 섹시한 여자로, 갈팡질팡 갈 길을 못 찾는 연약한 바람처럼,
또는 당당히 세상에 맞서는 인간으로,,,
그녀들을 바라보며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는 유즈카 아사코는 정말 친구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작가는 편견을 버리고 다양한 시선으로 그녀들과 친구가 되었다.
많은 점을 배우고, 또 좋은 면은 당당히 따라가리라 결심을 한다.
책만큼 다양한 삶을 이야기하는 매개체가 있을까?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여성인 내가,
다른 시대를 살았던 또 다른 여성들을 알게 되고 대화할 방도는 책 속밖에 없다.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그녀들이 세상 풍파 다 겪고 나에게 조언과 따끔한 질타를 해줄 세상 선배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기회로 정말 잠자기 전 스마트폰과는 이별을 해야 할듯하다.
책 속 그녀들과 친구도 하고 책 속 많은 멋진 사내들과 연애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