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 여름방학 변영주감독의 책과 전경린의 소설을 읽었다. 그때 내 인생은 조금 바뀌었다. 전경린은 내게 스무살은 그래도 된다고 위로해주었고 변영주감독은 하고 싶은 일 한 가지 하려면 하기 싫은 일 백 가지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가르쳐주었다. 그 여름방학에 나는 백 가지 싫은 일을 감수하고서라도 하고 싶은 일 하나가 무엇인지를 골똘히 찾아보았다. 그래서 이 책을 읽나보다.이순원과 전경린의 글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었다. 김경욱은 현학적이고 김훈은 뜬구름을 잡으며 다른 이들은 너무 신비감이 없달까... 뭐 어찌됐든 녹록치 않은 삶이다.
옴마야 진짜 전위적..김중혁 작가가 소설리스트에서 극찬을 했던 작품이라 읽어봤더니... 정말 정말 특이했다. 정말... 아무나 못 쓸 것 같은 작품.우리나라 같으면 모든 주인공들이 파멸로 치닫을 것 같은 이른바 `천벌을 받을` 근친상간이라는 소재를 이토록 감각적으로 게다가 흡인력 넘치게 그려내었다는 게 진짜 멋졌다. 나보코프의 `롤리타`와 마르그라트 뒤라스의 `연인`을 생각나게 하지만... 그와는 또다른 매력, 재기발랄하고 섬세하면서도 기분나쁘거나 역겹지 않을 수위의 묘사.. 은유.. 그건 분명 특별했다. 역시.. 일본은 선진국 ㅋ 우리나라같으면 작가도 작품도 완전 매장당했을 것 같음.
어느날 잔디밭에서 <사생활의 천재들>을 읽고 있었다. 갑자기 내 인생이 엄청 풍요로워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돈을 벌지 않는 시간은 온전히 내 의지대로 써야지. 그렇게 결심했고.그날 이후로 주말이면 한강에 나가 캠핑의자를 펴고 앉아 책을 읽었다. 뙤약볕이 정수리를 내리쬐어도 사과처럼 내 머리가 여문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1년이 지난 지금. 뭐 크게 달라진 건 없다.그래도아주 늙어버렸으면 좋겠다든가 10년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든가 한 일도 없는데 나이만 먹어가네... 같은 나이 타령을 더이상 하지 않게 된 것만 해도 큰 수확이다. 자잘한 욕심들 꺾어내고 어리석은 망상 뽑아내면서 그렇게 살다 보면 이 삶도 괜찮지 않을까. 그러니까 나는 그만 투덜대기로 한 거다.
<허삼관 매혈기>보다 <살아간다는 것>이 더 좋다는 사람을 만나보고 싶다. 아마 이 노란 책을 읽은 사람일 거다. 이런 마음으로 사람을 타인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마을이든 도시든 국가든 한 번 맡겨보고 싶다. 나는 그만한 그릇이 못 되어도.꼭 만나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