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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불평등 시점
명로진 지음 / 더퀘스천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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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 이야기를 쉽게 풀어주는 팟캐스트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폭 20센티미터짜리 길이 두 개 있다. 

 그 길이 하나는 옥상난간 위에 있고  또 하나는 넓은 운동장에 그려져 있다. 

 경제적 불평등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 


 굉장히 마음에 와닿았다. 언뜻 보면 똑같아보이는 조건 - 똑같은 폭 20센티의 길. 똑같은 출발선- 

에서 누가 먼저 도착하느냐 하는 것은 오로지 너의 노력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지만 길이 아니라 그 주변의 환경, 옥상난간이냐, 운동장이냐 하는 것을 똑같은 조건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옥상 난간이라면 한 발 한  뗄 때마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등허리에 땀이 솟을 

것이다. 아차 하면 떨어져 죽을수도 있다는 공포로 아예 출발을 못할 수도 있다. 

 운동장에 그어진 길이라면 얼마든지 자신감있게 걸을 수 있다. 뛸 수도 있다. 실수로 길을 좀 

벗어난다 해도 뭐 대단히 큰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내 앞에 놓인 길을 둘러싼 환경. 이것이 바로 안전자산이다. 예를 들면 할아버지가 남긴 유산, 

부모님의 든든한 지원, 이런 것들 말이다. 꼭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어서가 아니라 그냥 내 옆에 

운동장으로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내 발걸음을 가볍게 만든다. 

   '용기' 라든가 '도전정신' ' 의지' ' 열정' '자신감' 이런 것들이 과연 개인의  일일까? 

옥상 난간 위 20센티 길앞에 선 청년에게 너의 용기없음을 질책할 수 있을까? 

자칫하면, 한 번 실수만으로도 떨어져서 다시는 회복할 수 없을 수도 있는데? 


   

<전지적 불평등 시점> 은 위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따져보면 모든 것이 불평등하다. 

 생득적으로 불평등하다. 그렇게 태어난 걸 뭐 어쩌라고? 할 수도 있다. 포인트는 그렇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잘 나서 이만큼 온거야. 너도 노력을 좀 하지 그랬니' 라는 태도가 

틀렸다는 것이다. 운빨로 옥상 난간 아닌 운동장에서 태어났다면 옥상난간 밑에 매트리스를 놓아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물론 개인의 선의로 되는 것이 아니다. 시스템을 통해서 온 사회가 그 의무를 다해야 한다.  매트리스라도 깔아놓고 뭐 걸으라든지 용기를 내서 뛰라든지 해야 할 것이다.   

  .  

책을 읽다보면 열받는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풀어내는 방식은 분노나 한탄이 아니라 유머와 쿨함이다. 데모하러 나가서 고통에 차 부르짖기만 하는게 아니라 노래도 하고 춤도 추며 즐겁게 보내다 오는 것과 같다.   


책에 나오는 몇몇 수치는 외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운빨 좋은 몇몇 사람들에게 말빨이라도 세워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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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더 백 요다 픽션 Yoda Fiction 1
차무진 지음 / 요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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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마지막 장을 읽자마자 그 자리에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한 번 더 읽어봐야겠군 이라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다시 읽기 시작했다. 

뭐라고? 그럼 그건 뭐였어? 아까 그 사람은 그걸 알았어? 아, 그래서 그 때 그 사람이 그랬던 건가? 

이런 질문들이 마구 날아와 꽂혔기 때문에 다시 읽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걸 '반전' ' 이라고 하는거겠지? 

이 책을 읽으면 '반드시 울게 된다'는 평을 봤는데 이 책을 읽으면 '반드시 쌍욕을 하게 된다' 는 평도 덧붙이고 싶다. 나는 상황이 끔찍하고 절망적일수록 눈물보다는 욕이 나오던데. 

(솔직히 말하면 욕을 하면서 울었다)   

두 번 읽었고 헤집어진 마음이 조금 회복되고 나면 ( 마음을 좀 쉬게 해주어야 한다. 읽는 내내 너무 힘들었다 ㅠㅠ) 다시 읽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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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6 1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noomom 2020-01-17 13:23   좋아요 0 | URL
메어린은 동민의 또 다른 자아 아닐까요. 우리도 마음 속에서 두 자아가 늘 싸우고 있잖아요. 동민도 메어린도 둘 다 실체라는 거죠
 
인 더 백 요다 픽션 Yoda Fiction 1
차무진 지음 / 요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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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끌린다. 작가의 전작으로 볼 때 아플 만큼 사실적인 소설이 될거라고 생각한다. 읽고 너무 마음 아프진 않을지 두려움 반 기대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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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지칠 때 작가가 버티는 법 작가특보
곽재식 지음 / 북스피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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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내게 '쫙 달라붙는 책' 을 만난다. 작가를 만나본 적 없는 것은 물론 건너건너 아는 사람도 아닌데 '어? 나랑 언제 이 이야기를 했었나?' 싶을만큼 내 생각과 비슷한 (또는 아직 그런 생각은 안해봤지만 아무렴 그렇고 말고 끄덕거리게 되는) 이야기를 하는 책을 만났다. 그래서 엄청 웃으면서 읽었다. 

'작가' 라는 일에 관한 책, '글쓰기' 에 관한 책의 첫 번째 할 일은 '쓴다'는 일을 만만하게 여기도록 하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글을 쓰려는 욕망 활활, 의지 뿜뿜 까지는 아니어도 뭐 또 이렇게저렇게 꼼지락꼼지락 사부작사부작 해보자는 마음을 불러 일으키는 것.    

간혹 글 쓰는 일을 '발바닥에 피고름이 잡혀도 숙명처럼 걸어야할 가시밭길' 정도로 묘사해놓은 책을 읽으면 대체 이 책을 왜 썼나 싶을 때가 있다. 그래서 글쓰는 일에는 아예 발도 들여놓을 생각을 말라는 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길을 걷고 있는 자신을 경배하라는 건지, 묘하게 심사가 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쓰기에 관한 책은 잘 읽지않는데 이 작가의 책은 좀 더 찾아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126페이지. '토끼가 당근 먹는 모습을 볼 때'를 묘사해놓은 부분이 있다. 와, 자기 말로는 그냥저냥 작가, 그럭저럭 작가인 척 하면서 사실은 엄청 섬세하고 촘촘한 감정의 결을 가진 사람이구나 싶었다. 

책이 전반적인 느낌이 비슷하다. 그냥 툭 던져놓는 글인것 같으면서도 이곳저곳 잔뜩 책 귀퉁이를 접어놓게 만든다. 작가, 예비작가뿐 아니라 누구라도 '아이씨, 뭐 이런 식으로 계속 사는거야?' 싶을 때, 그야말로 '삶에 지칠 때' 읽으면 좋을 것 같다. 힘이 불끈 솟지야 않겠지만 피식 웃고는 또 일하러 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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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식탁 위의 책들 -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종이 위의 음식들
정은지 지음 / 앨리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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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면 엉뚱한 데 꽂히는 사람들이 있다. 스토리보다는 등장인물이 입고 나온 옷에 꽂혀 그 비슷한 옷들을 찾아 헤맨다거나 거기 나온 음악들을 찾아 듣는다거나.... 음식에 꽂히는 사람도 물론 있다. <헬프>를 읽다가 거기 나온 캬라멜케이크가 너무 궁금해 책 읽다말고 한밤중에 캬라멜케이크를 만들어보고야 마는 사람이 내 주변에도 있다.

 

그런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아니, 그런 사람이 쓴 책이다. 책을 읽다가 거기 나온 음식들은 대체 정체가 뭘까 (외국저자가 쓴 책에는 처음 들어보는 음식  이름도 많으니까) 어떤 맛일까, 어떻게 만들까, 그 식당은 어디 있을까 .... 찾아보고 알아보고 만들어보고 먹어보고 한 책이다.

내용도 좋지만 책이 참 예쁘다.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러스트가 딱 내 마음에 든다. 약간 물 나간듯한 색감과 너무 큐트하지도 않고 너무 그로테스크하지도 않은..... 아무튼 예쁜 그림이 적절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아주 디테일한 곳까지 신경쓴 흔적도 보인다. 1장 표지를 주황색으로 했다면 그 장의 페이지 숫자도 주황색으로 되어있다. 보라색으로 시작했으면 그 장 페이지 숫자는 보라색이다. 각 장의 분량을 맞춘 것도 그렇고.

 

내가 "이 책은 그런데 까지 신경썼네." 라고 말하니 친구들이 "그걸 알아본 네가 더 대단하다" 고 말했다.  그러게. 꼼꼼히 뜯어보니 그렇더라. 꼼꼼히 뜯어보게끔 하는 정성들여 만든 책이다.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었지만 마음에 들어서 서점에 다시 주문했다. 읽고싶은 책 이상 갖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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