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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지칠 때 작가가 버티는 법 ㅣ 작가특보
곽재식 지음 / 북스피어 / 2019년 10월
평점 :
간혹 내게 '쫙 달라붙는 책' 을 만난다. 작가를 만나본 적 없는 것은 물론 건너건너 아는 사람도 아닌데 '어? 나랑 언제 이 이야기를 했었나?' 싶을만큼 내 생각과 비슷한 (또는 아직 그런 생각은 안해봤지만 아무렴 그렇고 말고 끄덕거리게 되는) 이야기를 하는 책을 만났다. 그래서 엄청 웃으면서 읽었다.
'작가' 라는 일에 관한 책, '글쓰기' 에 관한 책의 첫 번째 할 일은 '쓴다'는 일을 만만하게 여기도록 하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글을 쓰려는 욕망 활활, 의지 뿜뿜 까지는 아니어도 뭐 또 이렇게저렇게 꼼지락꼼지락 사부작사부작 해보자는 마음을 불러 일으키는 것.
간혹 글 쓰는 일을 '발바닥에 피고름이 잡혀도 숙명처럼 걸어야할 가시밭길' 정도로 묘사해놓은 책을 읽으면 대체 이 책을 왜 썼나 싶을 때가 있다. 그래서 글쓰는 일에는 아예 발도 들여놓을 생각을 말라는 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길을 걷고 있는 자신을 경배하라는 건지, 묘하게 심사가 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쓰기에 관한 책은 잘 읽지않는데 이 작가의 책은 좀 더 찾아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126페이지. '토끼가 당근 먹는 모습을 볼 때'를 묘사해놓은 부분이 있다. 와, 자기 말로는 그냥저냥 작가, 그럭저럭 작가인 척 하면서 사실은 엄청 섬세하고 촘촘한 감정의 결을 가진 사람이구나 싶었다.
책이 전반적인 느낌이 비슷하다. 그냥 툭 던져놓는 글인것 같으면서도 이곳저곳 잔뜩 책 귀퉁이를 접어놓게 만든다. 작가, 예비작가뿐 아니라 누구라도 '아이씨, 뭐 이런 식으로 계속 사는거야?' 싶을 때, 그야말로 '삶에 지칠 때' 읽으면 좋을 것 같다. 힘이 불끈 솟지야 않겠지만 피식 웃고는 또 일하러 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