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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식탁 위의 책들 -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종이 위의 음식들
정은지 지음 / 앨리스 / 2012년 4월
평점 :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면 엉뚱한 데 꽂히는 사람들이 있다. 스토리보다는 등장인물이 입고 나온 옷에 꽂혀 그 비슷한 옷들을 찾아 헤맨다거나 거기 나온 음악들을 찾아 듣는다거나.... 음식에 꽂히는 사람도 물론 있다. <헬프>를 읽다가 거기 나온 캬라멜케이크가 너무 궁금해 책 읽다말고 한밤중에 캬라멜케이크를 만들어보고야 마는 사람이 내 주변에도 있다.
그런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아니, 그런 사람이 쓴 책이다. 책을 읽다가 거기 나온 음식들은 대체 정체가 뭘까 (외국저자가 쓴 책에는 처음 들어보는 음식 이름도 많으니까) 어떤 맛일까, 어떻게 만들까, 그 식당은 어디 있을까 .... 찾아보고 알아보고 만들어보고 먹어보고 한 책이다.
내용도 좋지만 책이 참 예쁘다.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러스트가 딱 내 마음에 든다. 약간 물 나간듯한 색감과 너무 큐트하지도 않고 너무 그로테스크하지도 않은..... 아무튼 예쁜 그림이 적절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아주 디테일한 곳까지 신경쓴 흔적도 보인다. 1장 표지를 주황색으로 했다면 그 장의 페이지 숫자도 주황색으로 되어있다. 보라색으로 시작했으면 그 장 페이지 숫자는 보라색이다. 각 장의 분량을 맞춘 것도 그렇고.
내가 "이 책은 그런데 까지 신경썼네." 라고 말하니 친구들이 "그걸 알아본 네가 더 대단하다" 고 말했다. 그러게. 꼼꼼히 뜯어보니 그렇더라. 꼼꼼히 뜯어보게끔 하는 정성들여 만든 책이다.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었지만 마음에 들어서 서점에 다시 주문했다. 읽고싶은 책 이상 갖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