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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와 범벅 장수 ㅣ 옛날옛적에 4
한병호 그림, 이상교 글 / 국민서관 / 2005년 5월
평점 :
책을 받기 전부터 기대가 컸습니다. 우리 글의 맛깔스러움과 구수한 삽화에다 우리의 정겨운 정서를 듬뿍 담고 있는 책이라고 모 일간지 최신도서 소개글에서 만난적이 있었거든요. 요즘 한참 저희 집 일곱살 난 딸아이는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각나라의 국기도 찾아가면서 자신의 시야를 넓혀나가는 데 맛들이고 있는데요. 그런 아이에게 도깨비가 얼마나 귀여운 귀신인지, 그리고 해학적인 그림과 우리 글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며 한걸음 쉬어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편한 휴식입니다.
아이는 일단 책을 받자마자 책을 앞뒤로 뒤집어가면서 혼란스러워하더군요. 익숙하게 책장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넘겨야 하는데 이 책은 책 제목을 기준으로 책장을 펼치려면 그 반대인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넘겨야 하거든요. 게다가 글의 방향도 가로쓰기가 아닌 세로쓰기로 되어 있어서 줄을 따라 읽는 것이 또하나의 재미인가 봅니다. 어른인 저에게도 신문들까지 가로쓰기가 일반화되어 있기 때문인지 세로쓰기인 이 책이 새롭게 다가섭니다.
머리에 뿔도 나고 얼굴도 험상어 보이지만 호박범벅 맛에 홀딱 빠진 도깨비들은 공포의 대상이라기 보다는 그냥 친숙한 아저씨의 이미지입니다. 도깨비들이 호박범벅을 침을 꼴깍 넘겨가면서 먹는 모습은 차라리 사탕이나 캬라멜에 울음을 뚝 그치는 어린아이들 모습입니다. 범벅 장수는 도깨비들이 호박범벅 값으로 치룬 금돈, 은돈 덕분에 부자가 되고 기지를 발휘하여 도깨비들의 힘을 이용하여 풍성한 곡식을 거둬들입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아이는 도깨비의 엉뚱한 행동에 웃음을 터뜨리고 어느새 도깨비 편이 되어서 호박 범벅을 애타게 기다리는 도깨비들을 애처롭게 여기기까지 합니다.
전래동화의 맛을 알게 되는 7세 정도의 아이가 혼자서 부담없이 읽기에 딱 좋습니다. 아이가 6세 정도에 국민서관의 '옛날옛적에' 시리즈중 첫번째인 '훨훨 간다'를 읽어주었을 때 엄마인 저는 너무나 우스운데 아이는 그 책의 해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었거든요. 멋진 우리의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