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칼라삽화인데도 색도를 한단계 낮춘것인지 마치 흑백과 칼라의 중간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고 안정되면서 그 속에서 할아버지와 소년사이의 훈훈한 사랑이 잘 피어오릅니다. 꼬마 보비가 어렸을 때에는 할아버지가 두 손을 잡아주고 한발씩 발을 떼게 하면서 '오른발, 왼발'하고 박자를 맞추어주죠. 그런 속에서 보비는 걸음마를 배우고 세상속으로 활기차게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뇌졸증이라는 병에 걸려서 팔다리를 움직일 수도 없고 말도 하지못하고 사람도 알아 보지 못하게 되었을 때에는 할아버지가 보비의 어깨에 팔을 기대고 발을 옮겨 놓죠. 이때에도 '오른발, 왼발' 하고 보비가 도와주지요.이 그림책을 읽어주다 보면 저희 집 아이도 제 발 위에 자신의 발을 올려 놓고서 한발씩 떼어 놓는 것을 즐기는데요. 그럴때면 우리 아이가 언제 이렇게 쑥 커버렸나 싶기도 하고 참 즐겁습니다. 할아버지와 보비를 연결해주는 것은 또 있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나무 블록 쌓기 놀이인데요. 할아버지는 늘 코끼리 블록만 보시면 재채기를 하십니다. 그래서 이들은 늘 다음에는 좀 더 잘해보자고 기약을 하게 되지요. 이 책의 그림은 다소 딱딱한 듯 하면서도 등장인물들의 표정이 생생하게 살아 있습니다. 흐뭇한 표정, 병이 깊어서 외로운 표정, 할아버지를 걱정하는 소년의 근심어린 표정.... 어린이 그림책 작가로 유명한 토미 드 파올라의 작품입니다. 감동을 팍팍 느끼고 싶으시다면 강력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