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대부분의 여자아이들은 하야시 아키코의 그림책에 흠뻑 빠져있지 않나 싶다. 그의 책속의 주인공들은 모두 여자아이들이고 그 안에서 작가가 나타낸 주인공들의 세세한 감정변화는 보는 사람들의 마음에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하야시 아키코의 그림책은 모두가 마음에 들지만 그중에서도 최고를 꼽으라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내용은 늘 엄마 손을 잡고 다녔던 가게에 이번에는 혼자서 심부름을 가게된 다섯살 꼬마 이슬이의 이야기이다. 우유를 사러 가는 도중에 에피소드도 여러가지이다. 혼자서 우유를 사러 간다고 친구 영수에게 자랑하고, 가다가 길거리에서 넘어져도 울지 않고 씩씩하게 일어서고, 동전을 잃어버려서 열심히 찾는다. 이 책에서 가장 감정표현이 뛰어난 부분은 가게에 들어가서이다. '우유 주세요' 하고 말하기까지 얼마나 수줍고 창피해하는지 나중에 우유를 사들고서는 눈물을 글썽이기까지 하는 이슬이가 너무나 귀엽다. 아이들은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성장하는 것이고 아직 혼자서 집밖을 나가지 못한 우리 딸아이도 이슬이의 이야기를 읽으며 자신의 첫번째 심부름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